이창용 총재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약 10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모두 1.7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통상적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다.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도 지난달까지 다섯달 연속 올랐다. 1년 전인 작년 5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7%에 이른다.

한은은 '한국·미국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져 그 여파로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지만, 연준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질 수도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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