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중앙윤리위에 출석해 관련 의혹 해명 후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편집=박준규]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중앙윤리위에 출석해 관련 의혹 해명 후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편집=박준규]

8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9일 이 대표가 본인의 SNS에 '윤핵관'과 안철수 성남분당갑 의원을 우회 저격하는 듯한 애니메이션 OST를 올렸다. 이는 이 대표가 징계 후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두문불출하는 가운데 올린 것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표가 게시한 노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 '바람의 빛깔'이다. 본디 <포카혼타스>에 수록된 노래는 3분이 훨씬 넘지만, 핵심 부분만 짜깁기한 약 2분 38초 길이의 노래가 별도로 유튜브에 게시된 상태다. 이 대표는 이 노래를 따왔다.

이 대표가 본인 SNS에 게시한 '바람의 빛깔'의 전체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그윽한 저 깊은 산 속 숲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포카혼타스>는 영국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와 버지니아를 개척하려 했던 존 스미스와 아메리카 원주민 포카혼타스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작중 수록된 '바람의 빛깔'은 스미스가 원주민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르자 포카혼타스가 그에게 불러준 노래로, 자연을 예찬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어 더빙판은 2016년에 오연군 군이 부른 바 있다.

이 대표는 '바람의 빛깔'을 국힘과 본인의 정치적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이 노래를 차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윤핵관'과 안 의원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이들을 비판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가사는 ▲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 하지 말아 ▲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 ▲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어 정도다. 그 중에서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 없어'는 이 대표가 자신의 징계를 '앞으로 국힘을 이끌어 갈 젊은 정치인들을 쳐내는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가사이기도 하다.

이 외 다른 가사들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 ▲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현 상황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는 이 대표와 윤핵관·안 의원의 입장이 다르지만 대처할 다른 문제가 더 중요하다 ▲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타협을 통한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로 읽히기도 한다는 평가다.

'바람의 빛깔'은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노원 공천을 두고 당시 이준석-안철수 간 갈등이 촉발되었을 때에도 李의 安 우회 비판 도구로 사용된 적 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7-8일 이틀에 걸쳐 한 방송사가 이 대표의 중징계 근거가 된 '7억원 투자 유치 각서'가 윤·안의 단일화 협상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의혹을 보도한 후, 이 대표가 이 노래를 '재소환'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안 의원은 단일화 관련 의혹에 '사실무근'이란 반응을 내논 바 있다.

이 대표는 주말 내내 특별한 공식 일정 없이 차후 행보에 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직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9일 본인 SNS에 올린 게시물.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 '바람의 빛깔'을 공유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편집=박준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9일 본인 SNS에 올린 게시물.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 '바람의 빛깔'을 공유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편집=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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