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띄우기 급급하고 前정권·대기업은 부정적 이미지만 부추겨
정권 관심사항에는 감성적 보도 이어가고...정권에 불리한 이슈는 축소 보도
국정 현안에 대한 손익(損益)·양면성 분석보다는 특정 여론 부풀리기에만 힘써
특정 시각에 부합하는 의혹 엮고, 패널은 편향적 구성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

수도권에 사는 가정주부 김모 씨(54)는 최근 80대 친정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세상일을 접하는 김 씨의 모친은 이들 방송사가 보도하는 인식 그대로 세상을 읽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중 쫓겨나가 감옥에 가도 마땅할 만큼 정말 큰 잘못을 저지른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현 정권 주변세력의 엄청난 여론조작이나 극심한 편중인사, 경제상황 악화 등은 방송이 거의 보도하지 않아 내용과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친여(親與) 성향 괴한의 습격을 당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을 비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만 해도 친정 어머니가 당시 정권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었던 점을 기억하는 김 씨는 "지상파 방송의 폐해를 절감했다"면서 "왜 문재인 정권 들어서기 무섭게 권력이 그렇게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지상파 방송 경영진을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좌편향 인물들로 바꾸려고 밀어붙였는지를 절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펜앤드마이크(PenN)의 기사와 칼럼을 즐겨 읽고 PenN뉴스와 '정규재 영상칼럼'을 보면서 시국 현안을 나름대로 판단하는 자유우파 성향의 김 씨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익숙하지 않은 80대 노인인 친정 어머니의 현실을 감안해 "지상파 방송들 보지 마시고 요즘 방송 중에는 그나마 TV조선이 나은 편이니 그걸 보시라"고 했다며 "정말 한국의 왜곡된 언론환경이 큰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최근 지상파 방송이 친(親)정부적 성격에 부합하는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이 현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도록 돕기보다는, 현 정권 기조에 호응하는 내용들을 취사선택하는 ‘어용언론’ 역할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띄우고 반대세력을 폄하하는 지상파방송의 '문비어천가'는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뉴스'보다 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여론몰이'를 통해 확고한 자기판단이 없는 장년층이나 노년층의 비좌파 성향 국민까지 부지불식간에 방송이 전달하는 '세상읽기'에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가고 있는 점이다.

특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사장 등 주요 요직에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 인원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특정단체 및 이념에 치우친 정파성ㆍ편파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이 국정 전반 현안에 대한 손익(損益)·양면성을 따져보고, 장기적인 시계(視界)를 확보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북 정상회담 장밋빛 보도 일색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지상파 3사는 특집 방송을 이어갔다. 평화에 대해 기뻐하는 아이들을 조명하는 등 따뜻하고 낙관적인 모습만 강조했다. 다양한 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정하고 입체적으로 현안을 조명하기보다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현안을 이해하도록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MBC는 남북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26일 <'독재자' VS '승부사'…김정은은 어떤 인물?>라는 제목으로 "잔인하고 위험한 독재자로 불리던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 180도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한다"라고 보도했다.
 

방송 화면 캡처

방송은 이러한 이미지로 탄생한 여론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일부 여론을 적극 활용하는 청와대의 적극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MBC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77.5%에 이른다’고 보도했으며, KBS도 같은날 <[여론조사①] 국민 94% “남북 정상회담 성과 있다”>, <[여론조사②] 국민 80% “北·김정은, 인식 긍정적 변화”>를 내보내며 정부의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김정은 띄우기에 나섰다.

이후에도 지상파 방송은 <어색했던 첫 만남, 헤어질 땐 '형님·동생'…가까워진 남북>(SBS), <“불어라 평화의 봄바람”…10대들의 영상 편지>(KBS) 등과 같은 논조의 보도를 내보내며 따스한 분위기와 민족애(愛), 평화에 대한 설렘을 부추겼으며, 이러한 여론 형성에 이어 9일에는 <취임 1년...83% “국정 운영 잘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외에도 개헌 등 주요 현안에 여론조사가 이루어지며 여론에 대해 경계해야하는 부분은 묵인되고 ‘여론이면 옳다’는 식의 여론 부풀리기 보도에 주저하지 않는 양상이다.

회담이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우려사항도 고려해야함에도, 방송을 통해서 ‘비핵화 논의’ 등 실질적인 협상 내용에 대한 분석은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북한이 과거 저지른 만행과 약속 뒤집기에 대한 견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특정 여론 형성에 힘쓰다보니 정작 다루어져야하는 주요 현안이나 다른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비(非)좌성향 노조인 KBS공영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어 “(KBS가) 뉴스의 양과 내용면에서 남북정상회담 성과 부풀리기 보도가 끝이 없다”며 “‘드루킹게이트’는 KBS뉴스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비판했다.

김기식 추문-민주당 댓글조작 논란은 축소보도

지상파는 지난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해외출장 논란 및 민주당원 댓글조작 논란 등 정부로서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축소 보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기식 금감원장 논란이 불거질 당시 MBC는 구체적인 의혹 전달보다는 김 원장과 민주당측의 주장과 반박을 조목조목 전달하며 무게를 실어줬다. 반면 야당과 관련해서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공세, 공방이 오고가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다.

또한 민주당원 댓글조작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도 KBS와 MBC 등은 기계적인 균형에 초점을 맞출 뿐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여파 때문인지 <KBS뉴스9>는 지난 10일 시청률 10.5%(수도권기준, AGB닐슨)를 기록하며 1년 전에 비해 시청률이 7~8% 가량 떨어진 폭락세이다. KBS공영노조는 이와 관련해 "설마 했는데 시청률 한자리수대 진입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며 “특정 노조가 거의 모든 보직과 방송을 독식했고, 이로 인해 앵커 등 자질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노영방송’의 폐해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며 현재 KBS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 어떤 국민이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항공과 삼성그룹 등 대기업 때려잡기, 이명박 박근혜 전 정권 ‘부관참시’로 일관하는 보도를 참고 볼 수 있었겠는가”라며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 전체가 아닌, 정권과 특정 정파를 위한 뉴스를 만든다면 그것은 공영방송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선동. 선전도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1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3·1절 범국민대회’를 대하는 방송도 심각하게 편파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수십만 명의 시민이 결집한 대규모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KBS는 단신을 통해 한 줄로 소식을 전했다. 좌성향 행사를 치루기 위해 모인 수명, 수십명은 관심있게 다루어 시청자들에게 행사의 의미를 전달한데 반해, 엄청난 인파가 몰린 3·1절 범국민대회의 의미나 목소리는 시민들에게 전달되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MBC는 “대한민국이 상해 임시정부와 3.1운동을 계승하는 것처럼, 국군의 뿌리를 독립군에서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심 거리는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 찼다. 하얀 한복까지 차려입은 학생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면서 3.1운동에 대해서만 보도했다.

SBS는 <거리 덮은 '태극기 물결'…보수단체, '촛불 탑' 불 질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수많은 태극기가 거리로 나왔는데 3·1운동의 본뜻과는 다른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면서 태극기집회와 관련해서는 참여인원도 밝히지 않고 폭력성만 부각했다.

뉴스 뿐만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 편향성도 심각

한편 뉴스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좌편향에 기반한 정권의 기조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어 사회 공공선을 도모하는 방송으로서의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현 정권의 당위성을 높이고 반대성향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도록 이전 정권을 겨냥하거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기업 갑질 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다루는 것이다. 특정 시각에 부합하는 의혹들만 부각하거나 편향적인 패널 구성으로 잇따른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 1월 18일부터 정규 편성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시사프로그램으로 소개되지만 실상 지상파에서 특정 정파를 대상으로 폄하ㆍ조롱하는 등 좌편향적인 진행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프로그램 내에는 '강특보의 흑터뷰'라는 이름으로, 개그우먼 강유미가 사전 약속도 없이 친여(與) 성향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들을 찾아가 조롱을 목적으로 하는 듯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코너도 편성돼있다.

MBC 또한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부터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진행한다. 각종 사회문제를 추적하겠다는 방송 소개와 달리 특정 정파, 전 정권, 삼성을 겨냥한 보도를 이어갔다. 보수세력과 관련해서는 부정부패와 연결지어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주진우 기자는 과거 김어준씨와 함께 팟캐스트 ‘나꼼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방송 화면 캡처

KBS의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도 천안함 의혹, 삼성, 블랙리스트, 국정원, 세월호 그리고 적폐청산을 매주 다루었다.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듯, 공영방송임이 천안함 의혹과 관련해 이전과 다를 것없는 의혹을 재탕하거나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음모론자 위주로 접촉해 제작하며 편파성 시비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보고싶은 것만 추적하는’ 추적60분이라는 조소어린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의 ‘추적60분’ 등을 통해 과거 의혹보도를 재탕하고 나서며, 공영방송의 신뢰도에 영향을 받아 ‘천안함 폭침’에는 “논란이 있는 부분 아닌가”라는 여론이 대두됐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이라며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는 인원들에 대해서 ‘과도하다’, ‘어거지성’, ‘정치 논리에 따라 북한과의 화해무드를 깨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MBC의 시사프로그램 <MBC스페셜> 또한 주로 1987, 최저임금, 삼성, 블랙리스트 등의 주제로 다루었다. 지난달 9일에 ‘대한민국 이재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다른 ‘이재용’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 대비시켜 조명했다. 삼성이 타인의 희생을 토대로 성장하는 거대악(惡)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삼성의 부정적 이미지는 극대화되고, 이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과 삼성에 대한 적대감ㆍ반발감 등을 부추겼다.

일반인 이재용들의 ‘하루 12시간, 한달에 이틀 쉬며 일만하는’ 고군분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자수성가를 꿈꾸는 노력과 감동스토리를 부각시키는 반면, 삼성의 이재용은 애초 돈 많은 기득권으로 태어나 '숨만 쉬어도, 밥만 먹어도' 돈이 불어나는 삼성에서 살며, 부정부패에도 자본의 권력으로 처벌조차 피해가는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주로 믿고 보는 지상파 방송이 앞장서서 특정인물과 특정기업을 겨냥해 ‘삼성 죽이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이 행하는 수많은 지원이나 사회적 역할, 국제사회 경쟁력 등은 무시한채, 악의적 편집으로 볼 수밖에 없는 편파적인 내용만 담아 무분별한 적대감과 반감을 불어넣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에 정치사회적인 영향으로부터 종속되어서는 안 되고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는 방송이, 공적인 전파를 활용해 ‘특정인들이 원하는 가치관ㆍ생각만 대변하여 정략적 이득을 얻으려는 선동’이나 다름없는 방송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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