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박민식 처장이 일일가이드가 돼서 국가보훈처가 진행한 유엔군 참전용사 청와대 관광 모습/사진=국가보훈처
지난달 26일 박민식 처장이 일일가이드가 돼서 국가보훈처가 진행한 유엔군 참전용사 청와대 관광 모습/사진=국가보훈처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보훈처장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이 지명됐을 때, 세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부친, 고(故) 박순유 중령이 그가 7살 때 베트남전에서 전사해 현충원에 안장돼 있고, 그를 포함한 6남매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린 보훈가족 출신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 시절, 공천을 쫓아 ‘친이’와 ‘친박’을 오가는 모습 등으로 평판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훈의 달이었던 지난 6월 박민식 보훈처장의 ‘활약’을 두고 많은 국민들이 하여금 “이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구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6·25 72주년을 맞아 올해 국가보훈처는 그 어느때 보다 활발한 유엔군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벌였는데 박민식 처장이 모든 행사를 진두지휘 했다.

박 처장은 6·25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유엔군 참전용사의 청와대 관광행사의 ‘일일 가이드’를 맡았다. 당시 초청된 외국 참전용사들은 한국의 보훈처장이 직접 가이드가 돼서 자신들을 안내하는 배려에 감동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당시 청와대 구경을 온 한국 국민들이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내는 장면이 끊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보훈처 주변에서는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와 정치인 출신인 박민식 처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호국과 보훈의 가치가 다시 정립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보훈처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박민식 처장이 요즘 일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 출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유엔군 참전용사 청와대 관광행사에 지나가던 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박민식 국가보훈처장 SNS
지난달 26일 유엔군 참전용사 청와대 관광행사에 지나가던 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박민식 국가보훈처장 SNS

이런 일도 있었다. 미국거주 정재화 참전용사(95세)는 지난 1일,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한국에 온 김에 옛 전우들과 서울 강남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여간 힘들지 않았다.

20여분을 길가에서 애를 썼지만 택시를 잡을 수 없었던 참전용사 정씨는 길을 가는 청년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려대 4학년생인 이 청년은 30여분간 정씨에게 택시앱을 깔아주는 등 택시를 잡아주기 위해 애썼다.

미안한 정씨가 이 청년에게 자신은 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참전용사라고 했더니 “나라를 위해 싸워주셔서 고맙다”면서 편의점에서 시원한 생수까지 사다 주었다. 청년의 도움으로 택시를 탄 정씨가 택시에서 내리면서 요금을 내려고 했더니 이미 차비까지 결재한 상태였다.

정씨는 이 사연을 박민식 처장에게 전했고 박 처장은 이런 내용을 SNS에 공개해면서 “대한민국이 고맙고 대한인이 고맙고 내가 대한인인 것이 눈물나게 고마웠다”는 정씨의 말을 전했다.

박민식 처장은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중이던 1988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일하다가 1993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 1996년부터 검사로 근무했다.

검사로 11년간 활동하면서는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 주임검사로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을 직접 조사하는 등 저돌적 수사력을 인정받아 '불도저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8년 한나라당에서 거물급 중진 3선 현역 정형근 의원을 제치고 부산 북구·강서구갑 공천을 따낸 뒤 제18대 국회의원이 됐고 2012년 제19대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2015∼2018년에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소속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두달,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정권교체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윤석열표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박민식 처장의 국가보훈처가 정상적인 나라 대한민국을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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