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가 대마 밀반입혐의로 재판을 받기위해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가 대마 밀반입혐의로 재판을 받기위해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장남 이맹희가 아닌 3남 이건희를 후계자로 선택함으로써 형제는 원수보다 더 험한 사이가 됐고 두 집안 또한 멀어지게 된다. 이맹희가(家)는 이병철 회장 별세 6년 뒤인 1993년, 그나마 삼성의 알짜기업이었던 제일제당을 갖고 분가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의 외가인 손씨 집안이 갖고있던 안국화재(삼성화재) 지분과 제일제당 지분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독립경영에 나서지만 제일제당이 전국 곳곳에 갖고있던 막대한 부동산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실제 제일제당 독립과정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은 조카 이재현 현 CJ 회장에게 전화를 자주했는데 대부분이 제일제당의 자산을 삼성에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이재현 회장은 한 월간지 기자를 만나 이건희 회장이 자신에게 한 전화의 녹음테이프를 들려 주기도 했는데 이를 들었던 기자는 “대부분이 욕설”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런 까닭으로 이건희 회장과 조카 이재현 회장의 사이 또한 매우 좋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장손인 이재현 회장과 그 가족의 용인 이병철 회장 묘역 참배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살던 서울 장충동 자택을 물려 받았을 뿐 아니라 묘소가 있는 용인 호암박물관 부지 또한 삼성그룹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촌간에까지 이어지는 양상이었다. 실제 이건희 회장 생전 뿐 아니라 최근까지 이재현 이재용 두 사람이 함께 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처 임세령씨와 연인 관게인 배우 이정재씨 사이에 이재현 부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미경 부회장이 CJ그룹의 영화제작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면서 이정재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올케 임씨에게 배우 이씨에게 소개해줬다”는 풍문이 자자했는데, 이맹희 이건희 형제간의 불화가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2020년 10월25일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자 친인척 중 가장 먼저 조문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부인 김희재 여사와 자녀인 이경후 이선호 남매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라는 말을 남겼다.

최근에는 이들의 고모부였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 상가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이재현 회장을 부축해서 함께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일제당을 기반으로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준 재계 10위권 기업의 반열에 오른 CJ그룹은 꾸준히 삼성가의 장자기업이라는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들인 이선호 CJ그룹 경영리더(임원)은 최근 이병철 회장이 생전 거주하던 서울 장충동 단독주택 자리에 대형 가옥을 짓겠다는 건축허가서를 제출했다.

이 부지는 이건희 회장 사후 미망인인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상속받았던 것으로 지난해 7월 CJ측에서 사들였다.

일대에는 이재현 회장 자택과 CJ그룹 싱크탱크인 미래경영연구원, CJ그룹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넘겨받은 부동산이 대거 포진해 향후 ‘CJ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근처에 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장충동 일대 부동산의 집중적인 매입과 개발은 삼성가 장자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CJ그룹의 집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CJ 이재현 회장은 1960년생으로 재벌 오너치고는 젊은 편인고 두 자녀, 딸과 아들도 이제 37세와 32세로 어린 나이지만 빠른 승계를 추진,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4년 보유하고 있던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9%를 이선호 경영리더에게 증여한다. 증여 다음날 CJ시스템즈는 CJ올리브영과 합병,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이 회장이 잔여 지분을 모두 증여하면서 이선호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2019년 4월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IT부문으로 분할하고 IT부문을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는데, 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한 이선호는 이 과정에서 CJ지분 2.8% 확보하게 된다.

당시 증권가와 시민단체는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가치를 부풀려 이선호의 CJ 지분 확보에 이용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의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5444487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이 CJ 주식에 비해 현저히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무제표상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2018년 영업이익은 173억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은 465억원이었으나, CJ그룹은 IT부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이익을 470억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을 765억원으로 높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SK와 SKC&C 합병사례도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SKC&C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이 문제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교환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첫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CJ올리브영이 상장하게 되면 승계 작업은 탄력을 받겠지만 변종대마 밀반입 혐의로 처벌을 받은 뒤 얼마안돼 복귀와 승진까지 한 이선호 경영리더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19년 9월 변종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선호는 한때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1년 4개월 뒤인 지난해 1월 이씨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으로 복귀했고, 지난해 말에는 임원이 됐다. CJ그룹은 올해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6단계의 직급을 ‘경영리더’라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는데, 복귀 1년도 안된 이씨를 임원으로 만들기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현 회장 남매를 향한 CJ그룹의 승계구도는 아들 이선호씨가 CJ그룹의 전반적 경영과 바이오, 식품사업을 맡고 딸 이경후씨가 미디어사업을 맡아 현재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남매가 하고있는 역할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성급한 복귀와 더불어 너무 빠른 승계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생인 이선호씨가 아직 최정상 유통그룹을 이끌만한 경륜과 업계의 평판이 쌓지 못하다 보니 불과 몇 년 사이에 CJ제일제당 과장,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을 거쳐 CJ 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서 식품전략 담당으로 옮기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

CJ그룹의 이같은 초스피드 조기승계는 과거 재판과정에서 공개된 이재현 회장의 여러 가지 질병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이지만 재계 안팎의 우려가 적지않다.

현재 국내 주요 재벌이 예외없이 승계이슈를 안고있는 만큼, 모든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넘어 CJ식 승계에만 골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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