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나토 신 전략개념.
2022 나토 신 전략개념.

이번 2022 나토 '신전략개념'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나토가 '중국'을 적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0년 나토의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수립된 '전략개념'에는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었다. 당시 중국 주석은 후진타오였다. 후진타오 주석은 임기중 이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대외관계의 기조를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일어선다)'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동북공정·이어도·2010년 11월 말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제외하면 대한민국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베트남 및 인도와 같은 주변 국가들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미국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09년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사실상 G2로 대우하며 국제적 지위에 걸맞는 책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당시 나토가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도 사실상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반면 2022년 마드리드 정상회의의 결과를 보았을 때, 중국을 바라보는 나토의 시각은 '360도'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의 외교 정책 기조의 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즉 중국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이은 시진핑 주석이 국제 세계에서 타국에 소위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Plomacy)'식의 고압적·강압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주변 이웃 국가들은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까지 위기 의식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나토의 핵심인 미국과 영국이 중국을 직접적인 위협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위기감 ▲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으로 미국의 해상로 중요성 감소 위기 ▲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 중국의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 무단 점령·기지 건설로 인해 촉발된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등 다양한 경제·군사적 이유로, 미국은 이미 중국을 '최대 가상 적국이자 경쟁자'로 점찍은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 해양 국가 영국 역시 '항행의 자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을 제외한 '신전략개념'은 총 49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중국을 직접적으로 지칭한 조항은 ▲ 13항 ▲ 14항 ▲ 43항이고, '권위주의', '인도-태평양'과 같이 중국과 연관지을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된 조항은 ▲ 7항 ▲ 45항이다. 이로써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과 영국의 시각, 아울러 미·영의 시각에 동조하는 기타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가 이번 '신전략개념'에 비교적 선명하게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 신 전략개념'이 중국의 행보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중국은 전략·의도·군사력 증강을 모호하게 유지하면서 광범위한 범위의 정치·경제·군사 수단을 활용해 전지구적(global)으로 발을 넓히고 힘을 투사하고 있음 ▲ 중국은 '악의가 담긴(malicious)' 혼합·사이버 작전, 대립을 조장하는 수사, 허위 정보를 동맹에 사용함으로써 동맹 안보에 해를 끼침 ▲ 핵심 기술·산업과 중요 인프라, 공급망을 통제 ▲ 우주, 사이버, 해양에서 규칙에 기반한(ruld-based) 국제 질서를 뒤집으려 하고 있음 ▲ 중국과 러시아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가 나토의 가치와 이익에 배치됨 등이다.

이상의 중국의 위협에 대해 나토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명시한 야망과 강압적 정책들은 우리의 이익(interests), 안보(security), 가치(values)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아울러 중국이 "체제 그 자체에 대한 도전(systemic challenge)"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나토가 중국에 대해서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언론들은 이를 '구조적인 도전'이라고 번역했으나, 이보다는 '중국이 기존의 시스템(체제)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로 풀어서 번역하는 게 이해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언론들은 중국이 '구조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언론들은 중국이 '구조적 도전'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보다는 '체제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는 번역이라고 판단된다.

나토는 '신 전략개념'에서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천명했다. ▲ 동맹의 안보 보장 능력을 유지하고 ▲ 중국이 위협이란 인식을 공유하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와 준비를 늘리며 ▲ 중국의 강압적 전술과 동맹 분열 시도에 맞서고 ▲ 항행의 자유 등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키겠다고 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 동반자들과의 대화와 협력도 강조했다.

나토가 이번 '신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긴 했지만, 그 한계가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신 전략개념'의 서문에는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보통 서문은 글의 전체 내용이 어떤 것인지, 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담는다. 그런데 이번 전략개념의 서문에는 오직 러시아에 대한 내용만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번 '신 전략개념'의 통일성과 완결성을 해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중국과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미국, 홍콩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는 영국과 기타 회원국 간의 시각 차이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나토의 회원국 간의 의견 충돌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는 지적은 2010년 전략개념을 분석한 전문가들에게도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미·영을 제외한 유럽 본토의 국가들은 중국을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본토는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형국에 처해 있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는 달리 유럽의 '큰 손'이다. 지난 2일 중국 국영 항공사들이 300여 대의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입하겠다고 한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신 전략개념'에 중국과의 갈등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문구가 삽입된 것도 중국과 완전히 척을 질 순 없다는 유럽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도 글로벌 파트너국가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나토-중국 관계의 변화는 한국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신 전략개념'의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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