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해상에서 지난 29일 인양된 차에서 조유나양(10) 일가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조양의 부모(30대)가 인터넷에서 수면제·가상화폐 루나 코인을 검색한 정황 등을 볼 때, 사고사가 아닌 의도적인 죽음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1달살이 체험학습을 떠난 조유나양 가족이 탄 차량이 완도군 송곡항 인근 바다에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제주도 1달살이 체험학습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조유나양 가족이 탄 차량이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사진=YTN 캡처]

가슴 아픈 조유나양 사건, 2030대상 개인회생 제도 등 홍보 필요성 제기

가상화폐와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슴 아픈 조양 가족 사건에 이목이 집중된 건 아직 10살에 불과한 조양까지 죽음으로 내몰린 안타까운 사정 때문이다. 조양 부모의 경우 파산신고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 그런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개인회생 등 주식·가상화폐 투자 실패의 아픔을 딛고 재기하도록 돕는 제도를 찾을 것을 조언한다.

상대적으로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40~60대와 달리,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비중이 높은 2030세대에서는 투자 실패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2030세대는 고연령층에 비해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주 접속하는 탓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서울회생법원, 주식·가상화폐 투자손실금을 개인회생 변제금에서 제외 결정

이런 가운데, 법원이 오는 7월 1일부터 개인회생 변제금에서 주식·가상화폐 투자손실금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변제금을 정할 때,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는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새 준칙에 따르면 채무자가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발생하는 손실금은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에 배당받을 총액'에 고려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9천만원을 잃은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새 실무준칙에 따라 변제금을 정할 때 채무자의 현 자산을 1천만원만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채무자의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할 때 투자 손실금은 원칙적으로 ‘청산 가치’에 넣지 않기로 한 데는, 이미 투자로 잃은 돈까지 재산으로 간주해 과도한 변제금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변제금을 정할 때,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는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서울회생법원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변제금을 정할 때,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는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개인회생 제도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울 때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는 제도를 말한다. 꾸준한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3년 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올해 개인회생 신청건수 지난해보다 4308건 증가...투자손실금은 ‘청산가치’에서 제외해 부담 줄여주기로

이때 채무자가 앞으로 갚아야 할 '변제금'은 채무자의 현재 자산인 '청산가치'와 월 소득을 고려해 산정된다. 법원이 실무준칙을 개정한 배경에는 개인회생 신청자들 중에는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손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추정 때문이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5개월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0만2396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8088건) 대비 4308건 증가한 수치다.

법원 관계자는 "그간 가상화폐·주식 투자손실금은 사행성이라는 시각이 있어 이를 청산가치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똑같은 가격의 아파트가 폭락했다고 했을 때, 폭락한 금액은 재산으로 보지 않는데, 왜 가상화폐·주식과 관련해서만 이를 청산가치로 보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범위 축소가 ‘묻지마 투자’, ‘빚투’ 부추기는 부작용 낳을 가능성도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파산 상태에 이른 채무자가 갚아야 할 채무 범위를 줄여 경제활동 복귀를 앞당겨 준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묻지마 투자’ 등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묻지마 투자'로 인한 손해에 대해 법원이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손실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의 결과인데, 이러한 준칙은 빚내서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과)도 “최근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상화폐·주식투자로 인한 도산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상황과 맞물린 대책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위험 투자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채무자가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것처럼 속여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은닉재산을 고려하는 내용의 실무 준칙도 함께 제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청산가치’ 축소에 부정적 반응...신용대출 심사 엄격해질 전망

금융권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신용대출 심사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 자산이 많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보수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상화폐 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젊은층의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변제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면, 은행도 대출 시 직업, 재산 등을 더 자세히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취약계층이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20~30세대를 위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박제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행성 투자를 조장하는 우려에도 불구, 재기할 기회를 준다는 회생제도 취지를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