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이 추가 병력과 무기를 나토 국가들에 배치하겠다고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이 추가 병력과 무기를 나토 국가들에 배치하겠다고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이 냉전 이래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대 증편을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혔다. 여기에는 폴란드에 첫 번째로 영구 주둔할 군대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스웨덴과 핀란드를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중국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음에도 나토가 병력 규모를 7배로 늘리는 고도 준비 태세를 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이러한 결정이 발표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개시가 세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말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29일 나토 정상회담 개막식에서 "우리는 진전하고 있다"며 "나토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최우선으로 견제한다는 미국의 기조 변화는 나토의 최신 "전략 개념" 발표에서 확인됐다. 그 이전 마지막 발표에서는 중국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힘이 전지구적 질서를 재정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만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은 특히 중국의 경제 관행과 인권 유린을 문제삼아 동맹들에게 베이징과 맞서라고 압박해왔다.

이번 성명은 중국이 사이버 공작과 기술·중요 사회기반시설·전략자원과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나토의 "이익·안보·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명은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어긋난다"고 명시했다.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각국 수장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각국 수장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29일 발표된 계획에서 미국은 기존 병력을 10만 명까지 늘리고 나토 동맹에 추가 군사 장비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추가 증편은 루마니아와 발트 해 지역에의 순환 배치, 폴란드에 육군 영구 주둔 본부 기지와 기타 부대 배치를 포함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과 다른 동맹들은 한 때 소련이 지배했던 나토 국가들에서 군대를 영구 주둔시키지 않고 순환 주둔을 해 왔다.

또한 새로운 계획에 의해 해군 구축함을 추가로 스페인에 파견하고 단거리 방공포대를 이탈리아에 배치하며 영국에 2개의 F-35 비행중대가 주둔한다. 

미 행정 당국자는 루마니아가 추가 전투 여단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추가 전투 여단을 그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동쪽 측면에 안전 보장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펜타곤이 발트 해 지역에 공군과 특수 작전 부대를 추가로 순환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나토 관계자는 지난 2월 24일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른 여러 능력들 가운데 방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백악관은 "나토의 동쪽 측면에 최초로 영구 주둔하는 미군이 우리의 지휘·통제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고, 나토와의 상호 정보처리능력을 강화할 것이며, 사전배치된 무기장비의 운용을 용이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러시아 외무부 차관 세르게이 랴브코프는 모스크바가 "대응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29일 러시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응하는 전략을) 제안한 이들은 러시아를 위협하고 억제할 수 있으리란 환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회담과의 화상연결에서 발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회담과의 화상연결에서 발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9일 마드리드 회담과의 화상 연결에서 "러시아는 고립되어야만 한다"며 "러시아가 파괴하고자 하는 국제 모임에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며 "공동 안보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우리에게 의지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회담 첫 회의 후 전했다. 그에 의하면 "동맹은 긴 여정에 준비되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공격이 이어진다며 서방 동맹들의 추가 원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혹독한 우크라이나의 겨울로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와 물자 공급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며 우려를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 대응해 유럽에 지금까지 병력 2만 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그럼으로써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총 10만 명 가량이 됐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29일 마드리드 발표로 약 1천500명의 새로운 영구 혹은 반영구 주둔군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병력 280명을 폴란드의 영구 주둔 군 본부에 배치하고, 병력 625명을 방공 포병여단 본부에 두며, 방공 대대와 전투유지 지원 대대 본부를 독일에 두고, 병력 65명을 이탈리아 단거리 방공 포대에 배치하는 방인이 포함된다.

미국은 로타에 두 척의 구축함을 더 배치하기로 스페인 정부와 합의해, 승무원이 총 600여명이 될 것이라고 관계자가 밝혔다.

이번 주 초 독일에서 있었던 G7회담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발전된 미사일 방어 체계와 추가 포탄, 레이더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로운 안보 보장 약속은 나토가 핀란드 및 스웨덴을 동맹으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졌다. 29일 아침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의 확대가 "나토의 문을 닫으려는 푸틴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푸틴은 그가 원하는 것의 꼭 반대를 얻고 있다"며 "그는 더 작은 나토를 원하지만 오히려 더 큰 나토를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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