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하반기 원 구성을 놓고 지루한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당장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쌓여가는 가운데 국민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처리돼야 하는 법안이,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각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 본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 본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류세 조정 등 민생법안 산적한데 ‘싸움질’만 하는 여야, 서로 ‘네 탓’ 공방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협치’ 대신 ‘대치’만 격화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세비 반납’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8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415건에 달한다. 이 법안 가운데는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유류세 조정폭을 현행 30%에서 더 확대하는 법안이 꼽힌다. 지금처럼 유류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때 정부가 유류세를 더 큰 폭으로 떨어뜨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여야는 각각 유류세 조정폭을 50%(배준영안), 70%(김민석안)로 확대하는 안을 앞다퉈 내놨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회 원 구성이 안 되면서,, 유류세 인하 등 민생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유류세 인하 등 민생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에만 골몰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여야 모두 같은 취지로 법안을 낸 만큼, 원 구성만 되면 곧바로 처리가 가능한데 야당의 ‘몽니’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고유가·고물가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데, 여당이 왜 이렇게 느긋한지 모르겠다”며 여당 탓으로 돌렸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차 3법 등이 포함돼 있지만,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법안 심사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이다.

국민의힘이 1호 법안으로 제출한 ‘납품단가연동제 법안’도 마찬가지다. 원자재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EITC) 제도 확대 법안, 노년부부에 대한 기초연금액 감액 조항 삭제 법안, 생계급여 수급권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등 민생과 직결된 사안들이 줄줄이 밀려 있다.

‘안하무인’ 민주당 7월 임시국회 일방 강행...의장단 단독 선출 추진?

하지만 여야는 원 구성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까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나서면서, 타협점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하무인격이다. 교섭단체 협의 없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하고 1일 본회의를 강행해 의장단 단독 선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진성준 의원은 29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끝내 타협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진성준 의원은 29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끝내 타협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박홍근 원내대표와 지난 16일 국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진성준 의원은 29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끝내 타협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박홍근 원내대표와 지난 16일 국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대강 국면에서 여야가 충돌을 거듭함에 따라 정국이 급랭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 본회의 소집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 “세비 다 반납해야” 주장...“‘신경전’ 그만두고 세게 싸워야 해법 나온다” 주장도 제기돼

일각에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해 ‘월급 반납’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정치권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난항으로 인한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자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늘어난다. 다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의회 공회전 일수로 따지면 반납해야할 세비는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정치 혐오를 넘어 무관심해지고 있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이 국회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국회를 열든가 말든가”라며 무관심해졌다고 짚었다. 따라서 국민들이 (국회를 향해) 욕도 안하게 된다면서 “악플보다 무플이 더 안 좋다”고 지적했다.

진행자 역시 “과거에는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면, 시청자들의 채팅창이나 문자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던 반면, 지금은 열기가 식었다”고 화답했다. 윤 실장은 국민들이 국회에 무관심하게 된 데는 ‘선거가 얼마 전에 끝났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갖는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면서도 “압박의 메커니즘이 사라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윤 실장에 따르면 “압박의 메커니즘이란, 내가 못 해서 욕먹을 때 상대방이 (잘해서) 올라가면 그것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 그러니까 하는 척이라도 해야 되고, 그게 압박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야당 지지율이 안 올라가는 식으로, 양쪽이 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압박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즉 나도 못하는데 상대방도 못하니까 급할 것이 없고, 그 상황을 압박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은 헛웃음이 난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윤 실장은 “‘잘하기 경쟁이 돼야 된다, 잘하기 경쟁이 되지 못하고, 상대의 실수에 기반해서 결국 반사이익만 얻으려고 한다’ 이런 비판을 많이 하는데, 지금은 그 반사이익의 고리조차 끊어진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정국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집권 여당이 더 부담을 느껴야 하지만, 국민의힘 에서는 ‘부담을 느끼되,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윤 실장의 지적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세게 싸워야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고 제안했다. 멀리 떨어져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으면 해결이 난망한데, 차라리 강하게 싸우면 그 안에서 뭔가 해결되고 도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에도 한달 째 공전하고 있는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세비’를 반납하고, 대놓고 정쟁을 벌여야 대치정국을 풀어갈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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