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거취를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홍 원장을 가리켜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전날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나 KDI 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바뀌어야지"라고 답했다.

이들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가 다들 관심사'라고 묻자 한 총리는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라며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고수해 전·현 정부간 파열음이 커지는 가운데서 이들의 자진사퇴가 순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근간을 만든 홍 원장은 현 정부와 맞지 않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로 알려졌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자신이 입안한 경제정책 시행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중에도 승승장구했다.

한편 한 총리는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반드시 관료 출신이 갈 거다?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며 "공정위 인사는 해보니까 후보자가 없는 때는 없다. 2~3명 있는데 검증이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린다. 내부 검증이긴 하지만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검증 기능에 대한 모든 절차나 자료 백업 이런 것들을 완전하게 하려는 성향들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안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신 것 같다. 돌아오셔야 할 것 같고"라며 "'지난번에 원래 발표됐던 인사가 원안이고 누가 끼어들어 나중에 고친 것이 아니냐'는 것은 정말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정말 실망과 좌절을 하고 있다. 그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팩트 파인딩을 해야겠다, 그 기초 하에 문책할 사람 문책하고 (하는 생각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청장 거취와 연관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그 부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표를 받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돌아오면 거기에 대한 생각이 계속되실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 총리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결정과 사면론에 대해선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라고 할까, 수형생활이나 그런 걸 보면서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본인이 고령이시고 그 형을 다 하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입장을 표한 것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정권 초기에 그렇게 예민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다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정책 관련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발언 등을 꼽으며 "최근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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