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총장 인선하고 인사하라고? 일 안 하겠단 것"

법무부가 28일 고검검사급 검사 683명, 일반 검사 29명 등 검사 712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진 정기 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특수통 검사들이 주요 수사를 담당하는 자리에 전면 배치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일축하며 제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번 인사는 실력과 함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그간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묵묵히 소임을 다한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배치했다"며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실질적으로 협의하면서 일선 기관장의 의견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두고 향후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성상헌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서울동부지검 차장에 전무곤 안산지청 차장이 부임한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차기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자리이며 서울동부지검은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맡아왔다. 

특수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2·3부장은 엄희준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김영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모두 '윤석열 라인'으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엄 부장은 '조국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했고, 김 부장은 '삼바 분식 회계 의혹' 등 수사에 투입된 전력이 있다. 강 부장도 엄 부장과 마찬가지로 '조국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배당된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에 이희동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 여성가족부 대선 공약 개발 관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에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이 배치됐다.

한동훈 장관의 '1호 지시'로 부활해 '테라·루나 폭락사태'를 수사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에는 단성한 청주지검 형사1부장이 임명됐다.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에는 이창수 대구지검 2차장이 임명됐다. 이들도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성남지청장은 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함께 대표적인 검사장 승진 코스로 불린다.

한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검찰에 산적한 업무가 많다는 걸 다 이해할 것"이라며 "몇 달이 걸리는 총장 인선 이후 모든 인사를 하겠다는 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과거 정권 교체기와 과거 정부에서는 총장뿐 아니라 장관이 없는데도 검찰 인사를 하기도 했다"며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공개를 안 하고 있지만 이미 구성 작업에 들어가 스케줄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날 인사를 앞두고 비(非) 특수통 검사들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자 "검찰 인사는 검사를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무슨 통, 무슨 통같이 무협지 식(式)의 얘기는 과장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