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 첫 외채 디폴트...서방 제재엔 "웃음거리" 비판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 첫 외채 디폴트...서방 제재엔 "웃음거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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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경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강화하려 하고 있는 바, 디폴트로부터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
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경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강화하려 하고 있는 바, 디폴트로부터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

 

러시아가 1918년 이래 처음으로 외국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이는 외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호된 제재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혔다.

채권 소유자들은 러시아가 두 종류의 외화 채권 기한 만료일인 지난 일요일 밤 늦게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은 30일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날로 러시아는 1억 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을 달러와 유로로 채권 소유자들에게 상환할 의무를 지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이 러시아를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제외시켜버린 이후 디폴트가 예견된 미래처럼 다가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서방이 모스크바가 넘을 수 없는 지불 장벽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방의 제재가 외채 시장이나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진 않았다. 러시아 채권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기간 동안 마지막으로 외채를 갚지 못했는데, 새로이 공산당 총서기가 된 블라디미르 레닌이 러시아 제국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였다. 러시아는 1998년의 금융 위기 때에도 루블화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해외 채무에 대해선 자금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서방이 디폴트를 인위적으로 조장했다고 비난하는 한편, 최근 몇달간 채권 소유자들에게 필요한 만큼 상환하기 위해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보내는 방식을 취해왔다.

지난 목요일 러시아 재무부 장관 안톤 실루아노프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채무불이행'이란 딱지를 붙이려 장벽을 만들었다"며 이러한 상황이 "웃음거리"라고 했다.

러시아는 외채를 갚을 만한 상당한 자금을 석유와 가스 판매를 통해 확보했다. 러시아의 외채는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동맹체제 하에 있는 서방 정부들은 크렘린이 외국 은행과 접촉할 능력, 자금을 이동시키기 위한 국경간 상환 네트워크 사용 능력을 차단시켜버렸다. 또한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은행과 투자자가 잔존한 러시아 채권에 접근하고 상환받을 수 있도록 한 제재 면제를 종료시켜버렸다.

러시아가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외채를) 갚으려 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은 유일무이한 법적 논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유예 기간을 위반하면 채권 소유자들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다. 러시아는 자신이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대부분의 정부 채권과는 달리 러시아의 정부 채권은 분쟁을 마무리지을 사법 절차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영국 또는 미국 법정이 누가 옳은지를 가릴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절차는 채권의 25%를 소유한 당사자들이 소위 '가속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다. '가속 조항'에 따라 미지불 채권에 대한 즉각적인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채권 소유자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법정에서 3년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 투자자는 미 재무부의 면제 종료 전 유로클리어 은행을 통해 5월의 이자분에 해당하는 자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자금은 제재로 동결되어 그의 계좌로 들어오지 못했다. 법률가들은 채권자 계좌가 아닌 유로클리어 은행으로 들어왔던 지급금이 공식적인 채무불이행의 구성요소가 되는지의 여부에 대해 채권 서류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로클리어 은행의 대변인은 답변 요구에 바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주 푸틴 대통령은 채권 소유자들에게 루블화로 지불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문서에 서명했다.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에 개설된 외국인 채권 소유자의 계좌에 루블화로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투자자들은 루블화를 외화로 환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위에서 말한 새로운 방식으로 대략 4억 달러에 달하는 지급금을 채권 소유자들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채권 소유자들은 서방의 제재를 어기지 않는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돈을 빼내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급은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NSD: National Settlement Depository)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EU의 제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미 당국은 5월 말부터 미국 은행들이 러시아 채무 상환을 처리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데,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쉽게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채권자들은 해외 러시아 자산에 대한 압류를 시도할 수 있다. 어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동결된 중앙 은행 준비금 또는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베네수엘라 채권 소유자들은 베네수엘라 디폴트 선언 이후 국영 원유 정제 시설 자산에 대한 압류권을 행사하려 했다. 2013년에 아르헨티나는 채권자들이 대통령 전용기를 압류할까봐 대통령의 아시아와 중동 방문시 개인 여객기를 전세내기도 했다.

채무불이행이 러시아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오진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최근 몇년간 외국 자본에 덜 의존하는 방향으로 경제 시스템을 바꾸면서 외채를 줄여왔다. 다만 긴 관점에서 보면 디폴트로 인해 러시아는 국제 금융 시장에 재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제재가 완화되면 러시아가 상환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는 채권과 연관된 보험 지불금 CDS 프리미엄을 촉발시키면서, 4월에 190만 달러에 달하는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채권자들이 미처리된 외화 채무에 대해 광범위한 디폴트를 선언하기엔 상환하지 못한 금액이 너무 작았다.

*CDS프리미엄(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 부도위험을 회피하는 데 들어가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를 일컫는다.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DS 프리미엄은 오른다. 반대로 낮으면 떨어진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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