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25 추념집회에 “찬양·기도하면 전기 끊는다” 협박한 경기관광공사의 ‘갑질’
[단독] 6.25 추념집회에 “찬양·기도하면 전기 끊는다” 협박한 경기관광공사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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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대여 허가 조건으로 설교·찬양·기도 금지...
“여기가 공산국가냐, 경기도 공무원들은 공산당이냐”
전문가 “종교행사의 자유는 헌법이 명시한 종교의 자유의 일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연합뉴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연합뉴스)

경기관광공사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6.25 추념 집회에 “설교와 찬양, 기도를 하면 전기를 끊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는 ‘복음통일 페스티벌’ 행사가 열렸다. 메노라통일선교회, TMTC, 모세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북한 김일성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을 추념하며, 공산정권의 압제 아래 신음하고 있는 북한동포들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였다. 공익적 목적의 행사로, “임진각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동포들이 해방과 자유와 복음을 누리는 복음통일의 문이 열리도록 함께 기도하기 위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휴일 오후를 헌납하고 행사에 참가했다.

문제는 경기관광공사.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대관을 허가하는 경기관광공사는 행사 허가 조건으로 설교와 찬양, 기도 등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내용을 하지 말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양’ 대신 대중가요만 부르고, 플래카드도 내걸지 못하도록 했다. 공무원들은 심지어 “설교와 찬양, 기도를 하면 전기를 끊어버리겠다”고 주최측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이들 공무원은 행사가 한창이던 오후 2시쯤 인근 캠핑장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며 주최측을 찾아와 ‘볼륨을 낮추라’고 명령을 했다.

주최측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기가 공산국가냐, 경기도 공무원들은 공산당이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기관광공사 DMZ 관광팀 박일원 과장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인근 캠핑장에서 ‘행사 때문에 시끄럽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민원이 들어와 볼륨을 좀 낮춰달라고 찾아가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주말에 열리는 종교행사의 경우 공사 측이 평화누리공원의 대관을 거절 또는 취소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임진각 평화누리 대관시설 이용 관련 유의사항에는 “의례적 종교단체 및 개인이 종교부흥 등을 개최하는 선교행사(단, 평일은 가능)”에 대관 시설 사용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내부규정은 공사 측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태우 변호사는 “종교행사의 자유는 헌법이 명시한 종교의 자유의 일환”이라며 경기관광공사의 관련 규정은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해 자의적인 침해가 이루어질 우려가 큰 조항”이라고 밝혔다. 도 변호사는 “타종교를 비방하지 않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지 않는 차원의 종교행사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기본권적인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며 “권력기관이 이를 쉽게 임의적인 판단으로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원 접수만으로 헌법이 명시한 “기본권 제한은 불가하다”며 “적법절차 원리에 따른 실질적 정당성, 절차적 과정이 확보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한편 경기관광공사의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메노라통일선교회 관계자는 “경기관광공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임진각 공원에 놀러오는 시민들이 불쾌해하고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3일 집회 주최측에도 똑같이 협박을 했다”며 “소음이 문제라면 ‘데시벨’을 규제해야 할 텐데 그것이 아니라 설교와, 찬양, 기도 등 행사 내용을 문제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는 내부 규정을 내세우지만 그 규정 자체가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종교집회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공무원들의 판단에 달려있고, ‘복음통일’은 안 되고, ‘평화통일’은 된다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복음통일’이라고 쓰인 현수막도 내걸지 못하게 했고, 찬양 대신 가요만 부르라고 강요했다”며 “심지어 공무원 말을 듣지 않으면 행사 중에라도 ‘전기를 내려버리겠다’며 협박을 했다. 굉장히 위협적인 태도였다”고 했다.

복음통일페스티벌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서 동성애 퀴어행사 개최도 허가했는데 주변에 민가, 상가도 없는 허허벌판에 세워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북한동포들의 해방과 자유, 복음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기독교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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