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소비자들의 배달앱 이용이 확연하게 감소한 반면, ‘델리(Deli) 식품’이 부상하는 조짐이다. 경기 침체와 소비자 물가 폭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대해 인색해진 반면,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 델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프레제 샐러드. [사진=양준서 기자]
대형마트 델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프레제 샐러드. [사진=양준서 기자]

올 초 배달비와 수수료 논란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면서 배달앱 이용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배달앱의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도 배달앱의 정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의 최근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지난 3월에 비해 322만명이나 줄어

실제로 올해 5월 기준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월 대비 3.4%(112만4000여명) 감소했다. 최근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른 분석이다. 거리두기 해제 전인 3월과 비교하면 9%(322만8000여명)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직접 외식과 포장 수요는 반등하는 추세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포장·테이크아웃 비중은 26.2%로, 전년 대비 4.3%p 증가했다. 이 조사가 거리두기 해제 전인 3월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4월 이후에는 배달과 포장 간 수요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포장·테이크아웃 이용자들이 포장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배달비 절약'을 꼽았다는 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긴축재정을 운용하면서 줄일 수 있는 돈이 있고, 줄일 수 없는 돈이 있는데, 배달비는 줄일 수 있는 돈이라고 체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 가능한 대형마트 델리 식품이 부상

배달비 인상과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포장·테이크아웃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에 힘입어 ‘델리 식품’ 구매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델리(deli)는 델리카트슨(delicatessen) 의 줄임말로, 조리된 육류나 치즈, 흔하지 않은 수입 식품 등을 파는 가게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요즘에는 대형마트에서 조리된 닭고기, 샐러드, 초밥 등을 파는 매장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델리 식품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2인 가구 및 40~50대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었다. 최근에는 한 끼 식사 메뉴부터 디저트, 안주, 야식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홈파티나 혼술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배달비 인상에 고물가까지 겹친 상황에 배달음식 수요는 감소했지만, 그 대체재인 ‘델리 식품’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밀키트를 넘어 완전 조리된 델리 식품이 부상함에 따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앞다퉈 델리 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배달앱이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대형마트는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소비자의 선택에 힘입어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치킨, 샌드위치, 초밥 등의 다양한 델리 식품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델리 매장에서 가장 인기를 얻는 식품도 치킨과 초밥, 샌드위치이다.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선호도가 높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다. 매장에서 직접 튀겨 판매하는 홈플러스 델리 치킨은 가성비와 편의성으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달에만 16만 명이 넘는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델리 치킨은 9990원, 프랜차이즈 치킨의 절반 가격

홈플러스 델리 키친의 가격은 프랜차이즈 치킨의 절반 가격이다. [사진=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홈플러스 델리 치킨의 가격은 유명 브랜드 치킨의 절반 가격이다. [사진=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치킨은 외식 품목 중 올해 들어 가장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에 해당한다. 배달앱에서 유명 브랜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려면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반면 홈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국내산 생닭으로 만든 델리 상품 ‘퀴노아를 품은 로스트 치킨’은 9990원, ‘NEW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은 1만299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배달앱의 치킨에 비해 홈플러스 델리 치킨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에서는 초밥이 인기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선함과 가격에 이어 양까지 많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참돔, 농어, 전복, 참숭어, 새조개 등 고급 어종의 횟감을 활용한 초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초밥용 횟감 중량이 기존 10g에서 13g~18g까지 늘어났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마트가 샌드위치를 델리 대표 메뉴로 육성함에 따라, 샌드위치 매출은 전년보다 96.7%나 늘었다.

대형마트의 '델리 전략'은 치솟는 물가에도 가격과 맛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마트 델리 매출은 지난해 21% 상승한데 이어, 올해 1∼2월도 14.7%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샌드위치 구매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델리 매장의 샌드위치 구매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마트는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델리 식품 업그레이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 의견을 반영한 단독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상품 출시-점포·바이어 피드백-할인 행사'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취지이다. 이후에도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신선한 모습을 선보일 방침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 역시 델리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델리 카테고리를 강화한 인천 간석점 리뉴얼 점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오픈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지난 9일 문을 연 서울 방학점도 오픈 3일만에 델리 전체 매출이 117%나 늘었다.

제철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먼저 배치하는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베이커리 '몽블랑제'와 카페 '범산목장', 원하는 취향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델리 코너 ‘푸드 투 고(Food to go)’등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 찬 ‘델리’를 먼저 배치한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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