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은 '강제 납북되는 양민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진상조사보고서는 밝혔다. 2021.06.24(출처=진상조사보고서,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국가기록원은 '강제 납북되는 양민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진상조사보고서는 밝혔다. 2021.06.24(출처=진상조사보고서,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50년 6월25일은,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건국이래 40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시작된 날이다.

그런데, 이처럼 지울 수 없는 상처는 무려 72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6·25전쟁납북자들 10만여명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미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이들 6.25전시납북피해자들에 대해 과거 문재인 정권이 득세했던 지난 2018년 8월13일 등장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14846)'이 가져왔던 충격은 계속 회자되는 모양새다.

이 법안을 내놓은 이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을 비롯해 송갑석·권칠승·김병관·박광온·박정·신경민·심재권·안규백·이수혁·이훈·정재호 민주당 의원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납북자'라는 표현은 북한 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단어"라면서 "실제 장관급 회담 등 실무회담에서는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납북자'를 '전시실종자'로 변경해 남북관계에서의 충돌을 완화하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제안했었다.

등장하자마자 안보관 논란을 촉발한 이 법안은 당시 국민들의 상당한 반발로 철회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사와 기록에 남겨진 만큼 이 법안은 두고두고 전시납북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당시 집권세력이 보여준 이같은 행태는, 일부 위정자들이 갖고 있는 안일하기 짝이없는 편향된 안보관(安保觀)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역사적 왜곡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서해상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총격에 의한 우리나라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일종의 '자진 월북론'을 띄운 것과도 유사한 논리인 셈이다.

이같은 행위가 역사적 왜곡 행위일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지난 2017년 4월27일 국무총리실에서 발간한 527쪽 분량의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조사보고서(11-1250468-000001-01, 이하 조사보고서)'에서 북한에 의한 기획 납북의 진상조사 결과가 공개됨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53'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의 자료 또한 6.25 전쟁으로 인한 아픔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강제 납북되는 양민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진상조사보고서는 밝혔다. 2021.06.24(출처=진상조사보고서,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국가기록원은 '강제 납북되는 양민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고 진상조사보고서는 밝혔다. 2021.06.24(출처=진상조사보고서, 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22년 5월1일 경기 파주의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직접 다녀왔다. 파주 통일동산 일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2019년부터 매번 다녀오던 이곳은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한동안 비공개됐다가 다시금 열렸다.

안타깝게도 이날은 따뜻한 봄날씨라 파주 통일동산의 수많은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으나 정작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는 누구도 찾지 않았다. 그만큼 가슴아픈 이날의 역사에 대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많은 이들이 찾지 않으면서 우리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찾았던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의 과거 사진전도 함께 열렸었다. 많은 가족들이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남편,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오랜 사진을 기증했는데, 그 사연을 하나 들어보자면 이러하다.

▲ 납북피해를 당한 김00 씨의 동생 김00씨는 "제가 '언니, 가지마!' 이랬거든요. 골목 어귀에서 붙들고 가지 말라고 그러고 우리까 우리 언니가 '금방 올테니까 며칠 가만히 있으렴'이라고 해서 정말 오는 줄 알았어 내가. 아주 그렇게 데리고 가는 걸 내가 몰랐어...잠깐 이야기만 하고 온다더니 그게 끝이 될거라고는...할머니도 맨날 울고,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언니 생각하고 맨날 울었어요. 할머니는 죽는 날까지 '언니가 살아 돌아오면 어떡하냐' 하시면서 살던 동네를 떠나지 못하셨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같은 사연 외에도,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는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사진도 함께 열렸는데, 이를 받은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의 설명도 눈길을 모은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해 기념관 측은 "아직도 이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있음에 귀기울여 주셨으면 한다"라고 간곡히 청했다. 다음이다.

▲ 그리움이 주는 기억 :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의 개관을 위해 많은 분들이 소중한 자료를 기증해주셨습니다. 많은 기증품 중에서 이 공간에는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낡고 바랜 사진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들의 아련한 추억들을 담고 있죠. 남겨진 유일한 사진을 70여년의 세월동안 꺼내보고 만져보아 귀퉁이는 닳고 얼굴은 희미해졌지만 그리움의 흔적은 더욱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아버지의 사진 전부가 담긴 앨범을 들고 오셔서 아버지와 영영 이별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참을 앉아계시다 어렵게 기증을 해주신 분, 폭격 맞은 집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유일한 사진 한 장을 손수건에 고이 싸서 방문해주신 분. 이렇게 한분 한분의 고귀한 뜻이 모여 전쟁이 남긴 상처와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을 관람객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들수 있었습니다. 사진속 인물들은 나와 관계없는 타인이 아닌,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 아들이며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 딸로서 바라봐 주시고, 아직도 이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있음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전쟁과 피난의 어려움 속에서 귀하게 간직해 오신 자료를 기증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해 6월24일자 보도를 통해 이미 한차례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대한 현장르포 기사를 알린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그 대상이 특정인물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누군가의 남편아내이며 아버지어머니, 아들딸 그리고 누나동생오빠라는 점에서 이들의 소식을 앞으로도 계속 전하게 될 것임을 밝힌다.

한편, 6.25전쟁이 발발한지 정확히 72년차를 맞이한 데에 따라, <펜앤드마이크>는 그날의 아픔이 담긴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의 자료사진들을 다시금 재조명하고자 한다. 다음이다./

기자는 지난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다녀왔다. 기념관은 임진각의 평화랜드와 마주하고 있어 평화공원에는 여행객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기념관에는 관람객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다녀왔다. 기념관은 임진각의 평화랜드와 마주하고 있어 평화공원에는 여행객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기념관에는 관람객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2019년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6.25 전쟁 당시 있었던 정동파출소의 '반동분자 색출 문건'을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2019년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6.25 전쟁 당시 있었던 정동파출소의 '반동분자 색출 문건'을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즉결처분자 명단'이라고 쓰여진 문건 사료를 확인했다. 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즉결처분자 명단'이라고 쓰여진 문건 사료를 확인했다. 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피해가족들이 쓴 편지 사료를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피해가족들이 쓴 편지 사료를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2019년 당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내부 가족 공간 모습.(사진=조주형 기자)
2019년 당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내부 가족 공간 모습.(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통해 전쟁 당시 모습 일부를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통해 전쟁 당시 모습 일부를 확인했다.2021.06.24(사진=조주형 기자)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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