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밝히는 정봉훈 해경청장(연합뉴스)
사퇴 의사 밝히는 정봉훈 해경청장(연합뉴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은 24일 북한군 피격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저는 이 시간부로 해경청장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근 우리 조직에 닥쳐온 위기 앞에서 부족하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오랜 고심 끝에 우리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지휘부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튼튼한 조직을 만들어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정 청장은 전임 김홍희 청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해양경찰청장직을 맡아 왔다.

정 청장 외 서승진 해경청 차장(치안정감), 김병로 중부해경청장(치안정감), 김용진 기획조정관(치안감), 이명준 경비국장(치안감), 김성종 수사국장(치안감), 김종욱 서해해경청장(치안감), 윤성현 남해해경청장(치안감), 강성기 동해해경청장(치안감) 등 치안감 이상 간부 8명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해경은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격에 의해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또한 해경은 이 씨가 사망하기 전 자주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월북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지난 16일 이 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정 청장은 지난 22일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해경의 수사 발표로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한편 유족은 24일 옥현진 해경청 외사과장(당시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장)과 김태균 울산해양경찰서장(당시 해경청 형사과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유족은 윤성현 남해해양지방경찰청장(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울산해양경찰서장(당시 해경청 형사과장), 서주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해경왕(별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오는 28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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