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출근길에 경찰 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에 대해 '국기문란'이라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에서 알수 있듯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실수 혹은 해프닝이 아니라 조직적 혹은 개인적으로 의도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책임자 선별과 문책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지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찰이 잘못이라면 경찰청장과 관련자들이 문책을 당할 것이며,또다른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그것대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사건의 키는 경찰에서 행안부로 파견된 치안정책관에게 달려있다.치안정책관이 21일 오후 6시15분 치안감 보직 내정안(案)을 경찰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1시간쯤 뒤 내부망에 이 내용을 올리고, 언론에도 알렸다. 하지만 치안정책관이 오후 8시 38분 경찰청 인사 담당자에게 “잘못된 내용이 발표됐다”고 했고, 경찰은 오후 9시34분 수정된 인사안을 다시 발표했다.문제는 이 수정된 인사안에서 7명의 보직이 바뀌었다. 대통령의 최종 재가는 오후 10시쯤에 이뤄졌다.

결국 2시간만에 인사를 번복하는 과정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가 핵심이다.누가 인사안을 번복시켰느냐는 것이다.그 힘이 국기문란의 당사자인 셈이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행안부 치안정책관의 단순 실수 가능성이다. 치안정책관이 최종안이 아니라 초안을 잘못 보냈고,경찰이 이를 덜컹 발표하면서 일이 불거진 게 된다.그러면 치안정책관이 책임을 지면 된다.하지만 이 경우는 국기문란이라고 할수는 없다.오히려 '군기문란'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꼼꼼하게 일을 하지못한 개인의 잘못인 셈이다.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이 가능성은 낮다고 볼수 밖에 없다.치안정책관의 단순 실수였다면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을 썼을리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경찰의 의도적 플레이일 경우다. 치안정책관은 경찰에 초안을 보내면서 "대통령실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발표해서는 안되는 초안이라는 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안을 받아든 경찰이 고의적으로 혹은 실수로 내부망에 올리고 언론에 공개한 것이어서 중대한 문제가 될수 있다.만약 의도적인 것이라면 국기문란이 될수 있는 것이다.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나지 않은 것을 공개했기 때문이다.이 경우 경찰청장이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일각에서 김창룡 경찰청장 책임론을 언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치안정책관도 전날 오후 "이번 사안은 중간 검토단계의 인사자료가 외부에 미리 공지돼 발생한 혼선이고, 행안부가 최종 결재안을 정정하거나 번복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경찰이 초안을 최종안으로 이해했다면 단순 실수가 될수 있다.치안정책관과 경찰청 인사라인간에 소통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경찰은 현재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있다.

특히 진실게임으로 갈 경우 경찰이 자칫 대통령실이나 행안부와 다퉈야 하는 상황 자체가 경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경찰 안팎에서는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경찰청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경찰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찰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 것도 이같은 복잡한 정황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초안 발표이후 외부 세력에 의해 인사안이 번복된 경우다.이번 인사에서 특정 지역 인물들이 발탁되는 등 인사에 외부 입김이 작용한 느낌을 주고있다.외부세력이라면 대통령실이나 힘있는 정치권인사일수 있다.하지만 이 경우의 외부 힘은 주로 윤 대통령 주변 세력이다.만약 이런 상황이라면,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표현한 것은 자승자박이자 과잉표현이 된다.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표현하기 위해 과연 사태 파악을 제대로 했는지,제대로 할 시간이 있었는지 여부도 궁금증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청을 방문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상민 장관이 당일 5시쯤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했고 6시께 1차 인사안이 경찰청에 내려왔고 2시간만에 번복됐는데, 윤 대통령께서 경찰청이 올린 안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청이 올린 안과 다른 안으로 1차 안이 내려왔고 이후에 또 한 번 수정됐다. 1차로 내려온 안은 행안부와 분명히 얘기된 것이며 오히려 2시간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기문란은 경찰이 아니라 집권 세력에 의해 일어났을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어찌됐건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한 만큼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하는 책임을 안게됐다. 진상조사결과 국기문란으로 확인된다면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할 것이고,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윤 대통령의 발언이 경솔했던게 되는 셈이다.

인사가 번복된 2시간 동안 누가 어떤 과정으로 힘을 가했던 것일까.국기문란의 진실이 정국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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