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격당해 불타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월북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진실 게임이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기본을 망각한 국기 문란” 판단

윤석열 대통령은 고 이대진씨 사건을 두고 '신색깔론'을 펴는 야당의 공세에 "법과 원칙에 따라 " 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윤석열 대통령은 고 이대준씨 사건을 두고 '신색깔론'을 펴는 야당의 공세에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하지만 이대준씨가 사망한 현 상황에서는 ‘이대준씨가 월북했는지의 여부보다, 국가가 이대준씨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처에 대해 “국가의 기본을 잊어버린 행위이자, 한 마디로 국기 문란이다”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청은 지난 16일 “고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의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 관계자는 ‘신북풍’ 혹은 ‘신색깔론’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신색깔론이라며 적반하장식 역공 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고 이대준씨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월북 공작’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을 향해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색깔론”이라고 역공했다.

우 위원장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공격을 위해 모든 첩보와 대북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건가”라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나 국가안보 관련 주요 첩보 내용을 정쟁을 위해 공개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우 위원장은 “이 첩보 내용은 (2020년 9월) 당시에 국회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같이 열람했다”며 “지금 여당(국민의힘) 의원들도 다 보고 ‘월북이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정쟁으로 바꾸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씨가 피살됐을 때 정권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나. 금강산관광만 문 닫고 끝났다”며 “우리(문재인) 정부는 강력 항의하고 처음으로 북한 최고책임자의 사과를 받아냈다. 어느 정부가 국민을 위한 더 강력한 대처를 했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해경이 월북 판단을 뒤집은 근거 대라” 주장

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주 해경의 발표에 대해 “많이 아쉽다”면서 “국가의 기간이 되는 군사 안보 정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일종의 신북풍과도 같은, 2012년에 있었던 NLL 대화록 사건이 연상된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 안보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 지난 주 해경의 발표에 대해 “국가의 기간이 되는 군사 안보 정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 지난 주 해경의 발표에 대해 “국가의 기간이 되는 군사 안보 정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윤 의원은 해경이 월북 판단을 뒤집은 근거를 내놨어야 한다며,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해경이 발표했던 월북 판단의 근거는 네 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피해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두 번째는 북한이 피해자의 인적 상황을 나름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는 점, 세 번째는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다는 점, 그리고 네 번째가 중요하다면서 “해류를 분석한 것, 즉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그곳까지 도저히 갈 수가 없다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 피격되기 전까지 3시간 동안 국민보호 시도한 흔적이 없어

진행자가 “지난 주 조류 부분에 대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그 당시에 발표가 잘못됐다고 나중에 뒤집었다고 했다”고 말하자, 윤 의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번 해경 발표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지난 1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뭐든지 월북이라는 결론에 짜맞추기 위해서 처음에는 조류가 그쪽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인이 인위적으로 헤엄을 쳐서 갔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바닷물 파도 세기를 감안하면 부유물(튜브)에 타고 바닷물 속도를 손으로 젓는 속도가 따라가지를 못한다면서, “2차(발표)에서는 조류가 북쪽 방향이었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월북 낙인’이 아니라, 첩보를 분석해 ‘판단’한 것이라는 윤 의원 등의 주장은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고 이대준씨가 월북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이고, 사건이 청와대에 보고되고 피격에 이르기까지 3시간 동안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죄나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예정”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은 뒤 3시간이 지나 피격돼 사망했는데, 그 시간 동안 문 전 대통령이 대응을 안 했으면 직무유기죄로, (사태를) 방치하도록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위헌' 헌법소원 청구 및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위헌' 헌법소원 청구 및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고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첫 서면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6분이다. 그리고 약 3시간 후인 오후 9시 40분 경 이대준씨는 북한군의 사격에 의해 숨졌고, 10시 경에는 시신까지 불태워졌다.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이후 약 3시간이 이대준씨를 구할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인 셈이었다. 그 3시간 동안, 정부와 청와대가 이대준씨를 구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규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 피살 공무원 월북 여부보다 더 중요한 진실은?...문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뭐했나

서면 보고 4시간 뒤인 오후 10시 30분쯤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23일 오전 1시부터 2시30분까지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우리 국민 피살 첩보의 신빙성 분석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 회의에도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잠을 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3일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서훈 실장과 노영민 실장이 새벽 회의에서 정리된 첩보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첫 대면 보고이자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내용을 처음 보고받은 자리였다. 첩보가 입수된 지 10시간 만에 대면 보고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집요하게 공격을 가한 바 있다. 당시 세월호 사건이 자연재해로 불가항력적이었던 데 반해, 이대준씨 사건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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