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미국인들, 10일 오전 2시 40분경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트럼프 "세 명의 위대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밤...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일"
김동철 씨 "꿈만 같다. 정말 정말 행복하다"
억류자들 "하나님과 미국 정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미국민들에 감사"

억류에서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연합뉴스)

북한에 장기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10일 오전 미국으로 모두 귀환했다.

이들은 태운 미 군용기는 이날 오전 2시 42분(현지시간)께 미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은 이들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직접 공군기지에 마중을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방된 미국인들을 태운 군용기로 직접 올라가 이들을 데리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이 세 명의 위대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밤"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트럼트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선 김동철 씨는 "꿈만 같다. 정말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 등 이들 3명은 이날 미 국무부가 배포한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에게 그들의 석방을 얻어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우리를 집으로 데려와 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미국 국민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하나님과 우리의 귀환을 위해 기도한 우리 가족 모두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석방된 이들 미국인 3명은 곧바로 워싱턴 DC의 월터 리드 육군 의료센터로 이송돼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한은 이들 미국인들을 특별사면 형식으로 전격 석방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현재 모두가 만나기를 고대하는 3명의 멋진 신사들과 함께 북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건강상태가 좋은 것 같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과의 만남도 잘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그의 손님들이 오전 2시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그들을 마중하러 나갈 것이다. 매우 흥분된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외교를 통해 북한에 인질로 잡혀 있던 3명의 미국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이 죄 없는 인질들을 석방한 것에 대해 고무적이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압박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미국에게 자랑스럽고 기억에 남을 순간"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3명 모두 한국계...최고 31개월 억류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왼쪽부터), 김상덕, 김학송 씨. 김동철 씨는 2015년 10월 체포된 후 간첩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으며, 김상덕 씨와 김학송 씨는 각각 2017년 4월과 5월 억류됐다. (KCNA via AP, Courtesy Photos)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왼쪽부터), 김상덕, 김학송 씨. 김동철 씨는 2015년 10월 체포된 후 간첩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으며, 김상덕 씨와 김학송 씨는 각각 2017년 4월과 5월 억류됐다. (KCNA via AP, Courtesy Photos)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석방된 3명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들로 이들은 오랜 기간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채 영사접견도 받지 못했다.

북한에 가장 오래 억류됐던 김동철 씨는 침례교 목사로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대북 사업을 하다 지난 2015년 10월 함경북도 나선에서 체포됐다. 북한 군인으로부터 북핵 관련 자료 등이 담긴 USB를 받았다는 죄목이었다. 김 씨는 2016년 간첩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고 2년 넘게 억류됐었다. 김 씨가 북한에 억류된 기간은 모두 31개월로 이는 735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씨의 기록을 뛰어 넘는 미국인 최장기 억류 기록이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 출신인 김상덕 씨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한 달 동안 초빙교수로 회계학을 가르친 후 출국길에 올랐다가  2017년 4월 평양 국제공항에서 붙잡혔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는 김 씨가 북한을 전복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적대행위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일했던 김학송 씨는 평양역에서 기차를 타려다 2017년 5월 북한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김 씨는 2014년부터 평양과기대에서 학생들과 농장일을 했고 현지에 비료공장 설립도 추진했지만 역시 반국가 적대행위 혐의로 체포됐다. 김 씨는 재판도 없이 1년 넘게 구금됐다. 또한 이들 3명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외국인 수감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인 영사접견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백악관, 억류 미국인 석방은 '긍정적 제스처...그러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것은 선의를 보여주는 긍정적 제스처라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9일 평양을 방문했고, 이 기간 북한 지도부가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들을 석방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행동에 사의를 표하며 이것은 선의를 보여주는 긍정적 제스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석방된 미국인 3명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움 없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백악관은 "모든 미국인들은 그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그들의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하기를 지켜보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새라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의 가족들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오랫동안 바라던 소식을 듣게 됐다"며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와 영부인 멜라니아가 내일 새벽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3명의 용감한 미국인들의 귀국을 환영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는 미국 전체에 자랑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김상덕 씨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씨와 다른 미국인 2명이 석방된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 씨의 가족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직접 관여한 것과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친구들과 심지어 낯선 사람들이 보내준 모든 지지와 기도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북한주민들과 아직 억류돼 있는 사람들의 석방을 위해 계속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 "우리도 최선 다하고 있다"...VOA "납치 피해자 가장 많은 한국정부는 침묵"

미국인 억류자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10일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한국인 억류자 문제에 진척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풀어준 것에 대해 "그 자체가 (미북)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자세를 보여주는 단면 아닐까"라며 오히려 김정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단히 환영하는 모습과 함께 (회담이) 잘 될 것 같다는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모두 6명이다. 대부분 북중 국경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억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9일 "미국과 일본, 한국은 북한에 억류 중이거나 납치된 자국민들의 석방에 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아베 정부는 모두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납치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한국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화해를 위해 인권마저 희생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VOA는 "납북자 문제는 일본정부와 일본 국민 모두 큰 관심을 두는 국가적 사안이며 아베 신조 총리는 거의 해마다 납북자 가족을 만나고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도 꼭 납북자 문제해결을 요청해 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 납북자는 17명,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들까지 합하면 실종자는 1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미국 정부는 혼수상태로 풀려났다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제외하고는 억류됐던 자국인들을 모두 안전하게 미국으로 데려왔다.

VOA는 "그러나 북한 정권에 납치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한국은 정작 이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27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에도 납북자 문제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VOA는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8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직접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에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은 실망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6.25 때 납치된 납북자 10만 여 명, 전후 납북자 3835명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가 516명에 달한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은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와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민 등 6명에 달한다.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정부가 화해를 위해 인권과 인도적 사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납치된 자국민을 데려오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과거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던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교수는 8일 VOA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납치된 사람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국가는 국민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브뢰커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만 일어나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인권은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다음에 저절로 인권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에 잘못된 생각 같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 납북자의 경우 가족들이 많이 사망하거나 노령이기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할 사안"이라며 "통일부가 남북교류 때문에 힘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자국민 보호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