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17일 오전 기자회견 열고 해경이 전날 전달한 수사자료 일부 공개

유족측은 17일 오전 해경이 전날 공개한 수사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유족측은 17일 오전 해경이 전날 공개한 수사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북한군 피격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의 유족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인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경찰청이 전날 공개한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유족 측은 해경이 ‘월북’ 프레임에 짜맞추기 위해 고인이 2020년 9월 22일 새벽 방수복을 입지 않은 채 해상에서 실종됐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의 아내와 형 이래진 씨, 법률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궁화 10호 선박의 공무원들의 진술을 일부 공개했다.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1등 항해사였던 이 씨는 지난 2020년 9월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역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실종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승선한 선박이 무궁화10호다.

이날 유족이 공개한 해경의 수사자료에 따르면 무궁화10호의 동료직원들은 이 씨가 생전에 ‘월북’에 대해 언급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해경에 "오늘 뉴스에서 이씨가 월북했다는 보도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이씨가 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의 진술을 했는데도 월북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또한 동료직원들은 ‘만약 북으로 월북하기 원했으면 방수복 입고 바닷속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그 추운 날에 방수복 안 입은 것은 자살로 생각된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평소에 ‘이런 날씨에 방수복을 입지 않고 바다에 빠지면 3시간 안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고 동료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초동수사에서 이 같은 동료직원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이대준 씨의 방에 방수복 그대로 있는 것으로 확인했음에도 그동안 사실 공개를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윤 변호사는 “해경은 지금까지 방수복이 사망자 방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침묵했다”며 “이번에 해경이 공개한 동료들의 진술조서를 확인해보니까 동료들은 그날 바다 온도가 낮아서 방수복 입고 월북할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해경은 이러한 점을 숨기고 해경이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고인은 평소 이런 날씨에 바다에 빠지면 3시간 안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며 “해경은 이런 사실을 아는 고인이 방수복은 입지 않은 채 바닷속에 빠졌다는 사실을 숨기고 선택적으로 증거를 채집해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월북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전문가는 7명 중 1명이었고, 동료들의 증언이 증거 가치가 더 높다”고 했다.

고인의 형 이래진 씨는 “해경의 수사는 정말로 잘못된 수사”라며 “해상 실종사건을 ‘월북 프레임’으로 만들기 위해 정황 증거 전체를 짜맞춘 조작된 수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제가 집권하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해경은 16일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해경은 이날 밤 유족에 수사자료를 전달했다.

이래진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생이)북한 해역에 유입돼 무참히 사살된 지 22개월여 만인 어제(16일) 입장이 완전 바뀌었다”며 “월북의 정황 증거들의 부족으로 살인사건 수사를 잠정 중지한다 했고, 추정과 입증 불가의 자료들로 혼선을 주었다는 국방부 발표에 허탈한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라고 (정부에)권한과 권력을 준 것”이라며 “지키지 못했다면 용서를 구해야 도리”라며 “지난 정부는 아무 것도 안 했다”며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조롱하듯이 감추고 숨어버렸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군의 첩보 자산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차원과 그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저희들과 의문을 가진 국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야 한다”며 “스스로 자초한 추정과 혼선, 입증 불가한 내용을 근거로 무자비하게 주장했다면 이제는 진실의 시간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지침을 내린 것을 확인했다"며 "이 지침 때문에 정당한 공무 집행(사건 조사)이 방해받았고, 결국 월북이라고 발표됐다"고 했다. 이 씨는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을 하려다 피격당했다고 발표한 것이 서훈 전 안보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알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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