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최대폭의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1981년 말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당국으로선 연말까지 '물가 잡기' 총력 대응이 급선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올랐다. 연준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계속되는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관점으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50bp(0.5%p, 1bp=0.01%포인트) 또는 75bp(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금리를 0.75%포인트 파격적으로 올리고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까지 예고한 것이다.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연준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올랐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로 시장은 당초 연준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가 0.75%포인트 인상으로 전망치를 속속 수정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을 3.4%로 전망했다.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3.8%로 종전보다 1.0%포인트 상향됐다.

파월 의장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이번 인상폭이 이례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히 오늘의 75bp 인상은 대단히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이런 규모의 움직임이 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그러한 (금리)변화의 속도는 계속해서 향후 (경제)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40여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가리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우리는 계속되는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차대조표 규모를 상당히 축소(양적긴축)하는 절차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연준은 향후 전망치가 중요하다면서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성장률, 실업률, 물가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 강조했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는 일자리는 넘치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미국의 뜨거운 고용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4.1%로 올라갈 수 있지만, 이 또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의 3.6%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역대급으로 낮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긴축을 통해 실업률은 일정 수준 올라가겠지만 물가는 확실히 잡아버리겠다는 의지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19)대유행, 높은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물가 압박과 관련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반영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면 통화정책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연준 평가는 공중 보건, 노동 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기대치, 재정 및 국제 현황 등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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