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판결 내용을 두고 청원이 이뤄지는 것도 썩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 청원이 기준치를 넘었다고 해서 그 파면 청원을 사법부에 전달하는 행정부(내지 청와대)의 태도도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8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올라온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의 글을 계기로 법관대표회의에서 청와대의 사법권 침해에 대한 입장문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측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5명의 법관대표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1차 회의 당시 발제자 외에 4명의 법관대표가 동의하면, 해당 안건을 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 차원에서 비판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안건이 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2월 청와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을 파면하라는 “국민청원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같은 달 22일,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을 통해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판사 파면 청원 내용을 전달했다.

이 같은 일이 알려지자 “사법부 독립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김태규 부장판사는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구체적으로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청원은 27만 명이나 서명했지만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이유로 국회에 알리지 않았는데, 23만 명이 서명한 판사 파면 청원은 굳이 그 내용을 통지했다”며 “청와대가 국회와 법원에 대해 이중적인 처신을 하는 이유가 국회에는 정치적 파워가 있고 법원은 정치적 파워와 무관한 조직이라는데 연유한 것이라면 이는 국가시스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외부로부터 사법권 침해가 이루어진다면, 행정부가 될 공산이 크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내용 등을 담아 성명서를 채택하도록 법관대표회의에서 안건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법조계는 현재 해외출장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귀국해 ‘청와대의 사법권 침해’ 관련 입장을 밝힐지 주목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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