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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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은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 방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서는 물론 한미 양국 간의 안보협력 강화가 강조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표현은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공급망 협력’ 등 경제분야이다.

우리는 이번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통해서 미국이 현재 추구하는 세계화정책의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즉, 핵심은 미국이 권위주의 세력권인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민주국가 세력권만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미국의 세계화정책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면 현재 미국이 세계화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냉전이 끝났던 1990년대 초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세계로 확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따라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그 핵심이 ‘세계화’의 추진이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세계화를 다음과 같이 옹호했다. “세계의 상호의존은 언제나 좋은 것이며, 자유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을 세계화의 틀 안에서 생각했다.

미국은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 민주적 정치체제로 전환하여 미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방중 시, “중국이 안정되고 자유로우며 번영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미국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했다.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는 “중국이 바깥세상과 이처럼 빈번하게 교류한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2010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권위주의체제인 중국을 민주체제로 바꿀 수 있다는 미국의 견해는 환상이었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중국은 서양식의 정치적 민주화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이래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 핵심은 앞으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와 확산·연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 정책의 의미를 알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내수경제를 확대하고, 밖으로는 일대일로정책을 통해 후진국들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발신하는 수사는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 경제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현재 추진하는 이러한 반쪽만의 세계화가 실현가능한가? 인류에게 바람직한가? 종국적으로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세계화정책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다. 첫째, 이미 세계 경제와 연결이 많이 되어 있고 비중이 커진 중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둘째, 인류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세계화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중국과 같이 덩치가 크고 자존심이 강한 나라를 압력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변화하는 세계화정책은 확고해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사태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이러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를 미국이 사전에 계획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세계는 경제적으로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

그러면 미국의 세계화정책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한국 내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미국의 정책에 참여하여, ‘기술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면서 두 나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끌어내자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가 경제적으로 둘로 나뉘는 것을 막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의 협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첫째, 미국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다. 둘째,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없다. 셋째, 우리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제어할 수 있다. 넷째, 우리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존중하는 주권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이념을 같이하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우리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때,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력은 거세어 질 것이다. 또한 중국은 이웃 강대국으로서 우리로서도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손에 떡을 움켜잡을 수는 없다. 국가나 개인이나 그 당시의 최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동감하는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의 언급을 소개한다. “국력 이상의 외교를 하지 말라. 시대의 조류를 타라.”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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