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기 요직 인사가 ‘검찰 편중’이라고 더불어민주당 등이 비판하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수많은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금융·증권범죄 등 경제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사’라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취임사에서 ‘불공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 근절’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취임사에서 ‘불공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 근절’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文정부의 다양한 금융비리 재조사하려는 이복현 원장...조사 대상들이 ‘검찰 출신’이라고 비난?

일각에서는 이복현 원장을 타깃으로 한 민주당의 공세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 벌어졌던 각종 금융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재조사를 염두에 둔 선제공격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초의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금융비리 조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칼끝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이 적반하장격으로 검찰 출신이라는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취임 후 첫 일정이 ‘가상자산 당정 간담회’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이 원장은 13일 오후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개최되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발생한 루나와 테라(UST) 급락 사태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가 화두에 오른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원장은 지난 7일 취임사를 통해 ‘불공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 근절’을 강조한 만큼, 첫 외부 공식 일정을 가상자산 당정 간담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 원장에 대해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은 바 있다.

이 원장은 특수통이 즐비한 윤석열 사단 내에서도 손꼽히는 검사였다. 서울대 경제과 출신에 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했다는 점에서,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비판을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

디스커버리뿐만 아니라 제재 완료된 라임·옵티머스 등도 재조사 가능성 시사

이 원장의 취임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조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첫날인 8일 금감원 기자실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개별 단위 펀드 사건들은 다 종결되고 이미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어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검사 및 제재가 완료된 라임·옵티머스 사태뿐만 아니라 현재 수사 중인 디스커버리펀드까지, 이전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펀드사태에 대해 재조사를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에 이어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수사 당국과 금융감독 당국의 공조가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범죄 엄단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해결 의지는 이미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의 구속으로 한 차례 입증됐다. 장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다. 펀드 부실화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상품을 판매하고 펀드가 수익을 내지 못하자 신규 투자금을 끌여들여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3일 오후 ‘가상자산 당정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긴급세미나 모습. 왼쪽부터 가상자산특위 위원인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13일 오후 ‘가상자산 당정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긴급세미나 모습. 왼쪽부터 가상자산특위 위원인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라임·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 “정·관계 로비 의혹 해소 안돼” 주장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도 감독당국의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1조원 넘게 모은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이들 펀드사태 피해자들은 "피해 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권은 금감원의 감독 및 제재 강화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금감원이 각종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감시 기구이기 때문에 그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난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감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전 예방을 못 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사도 굉장히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 원장의 취임으로, 금감원의 감독 및 제재가 더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능한 검사 출신’ 수장 아래에서 금감원의 업무가 ‘금융회사와 기업의 불법행위를 밝혀내고 처벌’하는 쪽으로 강화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금융회사와 기업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감시·감독을 강화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文 정부에서 2주 만에 금감원장 사임한 김기식,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격 갖춰” 평가

김기식 전 국회의원은 2018년 3월 금감원장에 임명됐으나, 임명 직후 '셀프후원' 논란에 피감기관 지원 외유성 출장 의혹까지 불거지며 2주 만에 사임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기식 전 국회의원은 2018년 3월 금감원장에 임명됐으나, 임명 직후 '셀프후원' 논란에 피감기관 지원 외유성 출장 의혹까지 불거지며 2주 만에 사임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의원과 금감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지난 8일 SNS에서 이 원장의 임명에 수긍하는 목소리를 내 주목됐다. 그는 "검사 출신의 신임 금감원장 임명을 두고 논란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 특히 측근들을 청와대와 내각, 권력기관 요직에 대거 전진 배치하는 인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와 별개로 검사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도 '엄격한 감독행정을 위해 검사 출신 임명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신임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둔 감독행정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의 요건에 정책적 전문성이 필수적이지 않다. 물론 정책적 이해는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과 역량, 의지”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긍정 평가, 이복현 원장의 역할과 관련해 의미심장

김기식 소장에 이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지난 10일 CBS 라디오에서 정부 요직을 전부 검사출신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비록 검사 출신이지만, 전문성이 있다. 이런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장도 괜찮은 인사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검사라고 해서 다 나쁜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에 대해서도 ‘잘했다’라면서, 국정원 기조실장은 과거부터 청와대 몫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금융, 재정 면에서는 군을 안 썼다”면서 “(그 분야는)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역대 정권들이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균형 인사를 해왔고, 배려를 했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 정부의 인사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정부 인사에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박 전 원장도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적절한 인사였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이 원장의 역할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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