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홍콩대학에 설치된 '국치의 기둥'
지난해 철거되자 대만에서 복제품 만들어 타이베이市 광장에 전시
범인은 19세 남성..."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생활 곤궁해져 울적한 기분 풀고자 범행"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인해 희생된 베이징 시민들을 추도할 목적으로 홍콩의 명문대학인 홍콩대학 교내에 지난 1998년 설치된 조형물 ‘국치(國恥)의 기둥’. 해당 조형물은 지난해 12월23일 대학 측에 의해 철거됐다.(사진=홍콩대학)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을 추도할 목적으로 제작된 조형물이 대만(중화민국) 노천에서 전시 중인 가운데 훼손됐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해 범행에 이른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조형물이 훼손된 것은 12일. 누군가가 해당 조형물에 검정 페인트칠을 하고 달아난 것이다. 대만 현지 경찰은 용의자인 19세 남성을 붙잡아 조사에 나섰다. 경찰 진술에서 해당 남성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영향으로 생활이 곤궁하게 돼 우울한 기분을 풀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형물의 원형이 되는 조형물 ‘국치(國恥)의 기둥’〔중국어 國殤之柱, 영어 Pillar of Shame〕은 33년 전 발생한 천안문 사태의 희생자들을 기릴 목적으로 지난 1998년 홍콩대학(香港大學) 교내에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6월 독립을 주장하거나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행위 내지 외세와 결탁하는 등의 행위를 엄히 처벌하는 내용의 ‘국가안전유지법’(통칭 ‘홍콩 보안법’)이 홍콩에서 시행되자 지난해 12월23일 철거됐다.

이에 대만의 시민단체 ‘화인민주서원협회’(華人民主書院協會)는 작가의 동의를 구해 3차원 프린터로 해당 조형물을 복제해 지난 4월부터 대만 타이베이(臺北) 시내의 광장에 전시해 왔다.

조형물 훼손과 관련해 청지엔위엔(曾建元) 화인민주서원협회 이사장은 “단순한 기물손괴가 아니라, 천안문 사건 내지 중국 공산당의 갖가지 역사적 과오에 대한 대만인들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현지 경찰은 사건의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는지 등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한편, ‘천안문 6·4 항쟁’으로도 불리는 ‘천안문 사태’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최후·최대의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당군(黨軍)인 인민해방군의 전차를 앞세워 베이징(北京) 천안문 앞에서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선 수많은 시민들을 진압했고, 이로 인해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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