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제도개선위원회, 행안부 장관이 경찰 인사권 실질 행사케 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이후 권한 강해진 경찰 통제 방안 정리해 정부에 제안하기로
경찰, 국가경찰위원회가 별도 자문단 꾸려 행안부 움직임에 맞대응 방침

(사진=연합뉴스)
행정안전부.(사진=연합뉴스)

이전에 비해 강력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할 목적으로 행정안전부 내부에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이 정부에 제안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둥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최근 행안부 내에 경찰을 관리·통제하는 부서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는 데에 합의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진 ‘위원회’에서는 판사 출신 변호사와 법대 교수 등 법조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9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활동을 시작한 ‘개선위’는 최근 한 달 동안 네 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 10일 최종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경찰 통제를 위한 건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개선위’는 행안부 내에 ‘치안정책국’(가칭)을 신설하고 이 부서에 경찰 정책과 인사 등 주요 사안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을 정부에 권고할 방침이다. 현재 해당 업무는 행안부에 파견된 경무관급(3급 상당) 경찰관 3명이 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법무부가 ‘검찰국’을 통해 검찰 인사, 조직 등을 관장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형식적으로만 갖춰져 있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을 장관이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현행법에서는 총경(4급 상당) 이상 경찰관 인사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은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고, 실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찰청장의 인사 추천 결과가 그대로 반영돼 왔기에 경찰에 대한 인사권은 실질적으로 경찰청장이 행사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개선위’는 행안부 장관의 공식 업무에 경찰청에 대한 ‘관리 및 조정’도 포함돼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둥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인트라넷에도 “경찰청장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1980년대 경찰로 회귀하는 것이냐” 등의 의견이 담긴 글과 댓글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군부 정권 시절 정부가 내무부 치안국·치안본부를 통해 경찰권을 남용해 온 데 대한 반성으로 지난 1991년 경찰청이 행안부의 외청으로 독립하게 된 경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기류에 경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구성된 국가경찰위원회(이하 ‘경찰위’)를 중심으로 별도의 자문단을 꾸려 행안부의 움직임에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위’가 별도로 꾸린 ‘경찰 민주성(民主性) 강화 자문단’은 금주 중 첫 회의를 열 예정으로, 자문위원을 구성 중에 있다.

◇김종민 변호사 “독립된 경찰은 ‘경찰 파쇼’로 가는 지름길”

김종민 변호사.(사진=펜앤드마이크TV 캡처)
김종민 변호사.(사진=펜앤드마이크TV 캡처)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무장 경찰과 정보 경찰 조직까지 갖춘 경찰이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된 조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 경찰은, 경찰청이 집행조직임에도, 경찰청장이 경찰 인사와 예산 및 정책에 관한 모든 사항을 관장하도록 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돼 있다”며 검찰의 경우 검찰총장에 검찰 인사권과 예산권이 부여돼지 않았고, 이를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의 경찰 조직 체계는 일선 경찰에 대한 정책과 감찰에 관한 사항을 내무부가 관장하고, 경찰은 집행 기능만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울산시장선거개입 사건이 문제가 됐을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경찰청 징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 황 의원의 총선 출마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독립된 경찰’이 벌인 짓이라고 강조하고 “독립된 경찰은 ‘경찰 파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