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및 현직 언론인, 언론학자 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잘못하고 있다’, ‘불안하다’며 매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기존 여론조사 기관들이, 응답자 70% 전후가 '잘하고 있다'고 발표했던 수치와는 크게 차이가 나서 눈길을 끈다.

원로 언론인 모임인 대한언론인회는 월간 대한언론 2018년 1월호를 통해 ▲정치·사회 ▲경제·정책 ▲외교·안보 분야 등 문재인 정부의 지난 8개월 전반에 대해서 평가했다. 대한언론인회 자체 회원과 현직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 관련 기관 직원 등 300명을 대상(75명 회수)으로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여론조사(설문지 직접 배포, 수거 및 e메일 응답, 복수응답 다수)를 실시했다.

비교적 응답자 수가 적지만, 사회 인식 저변에 영향력을 미쳐왔던 전·현직 언론인 및 유관기관 종사자들의 평가라 주목받는다. 대한언론인회는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단체로서 관훈클럽과 함께 사회 계도에 영향력을 미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8개월을 맞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6.5%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7%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였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 조사 결과는 대한언론인회 회지인 《대한언론》(제382호) 1월 1일 자 14면에 게재됐다.

 

《대한언론》 2018년 1월호 14면.
《대한언론》 2018년 1월호 14면.

 

‘문 정부의 정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6%로 절반을 조금 넘었고, ‘신뢰하지 않는다’(33.9%), ‘보통이다’(9.7%), ‘신뢰한다’(4.8%) 순이었다.

문 정부가 ‘추진 중인 ‘적폐청산’ 작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77.7%가 ‘과거 정부 위법과 부패척결이란 미명하의 정치보복’이라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위법, 부패척결을 위한 목적이 혼재돼 있다’는 응답이었다.

‘문 정부 하에서 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보는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방송매체가 정권에 대한 감시보다는 정권 코드에 맞춰 편을 들고 공존을 꾀할것이다’(60.9%)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26.6%)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다음은 ‘대체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였고 소수지만 ‘언론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것’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고용정책에 대해서는 ‘좌 코드 정책으로 수년간 고용전망이 밝지 않을 것’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 ‘예측하기 힘들다’의 순으로 응답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기업에 활력을 주는 노동개혁과 규제 혁파, 산업 구조조정, 신산업 개발이 수반되지 않으면 소득주도 성장이 어렵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시킨다는 것은 이론적,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땀 흘리지 않고도 과실이 얻어질 수 있다는 이론으로 오래지 않아 허구로 판명될 것’ ‘소득의 보조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성장전략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순으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반면에 ‘세금으로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시켜 생산증가로 이어지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구상금 청구소송 포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불법을 눈감아주는 법치주의의 포기이며 사법행정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45.8%)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국민혈세로 면책해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31.9%)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불법파업, 시위로 국가나 기업이 손해를 입어도 모두 용서해야 할 판이다’나 ‘갈등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문 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정치개혁으로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 확립’ ‘선전선동과 포퓰리즘 정치 지양’ ‘청와대 하명 정치수사, 의회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공론화위 남용금지’ ‘국회의원 수와 세비 축소’ ‘선거제도 개혁’ ‘법치주의 회복’ ‘정치인 재교육과 정당개혁’의 순으로 꼽았다.

‘헤매는 보수 정당과 보수세력에 대해 충고 하신다면?’이라는 질문에는 ‘보수우파를 결집시킬 새 리더를 찾아야 한다’(69.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더 망해봐야 한다’ ‘희망이 없다’는 응답이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60% 후반부에서 70% 초반을 유지해왔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2월 22일 문 대통령의 이달 월 평균 국정 지지도가 72%라고 밝혔으며, 리얼미터는 12월 4주차 집계 결과 긍정 68.5%, 부정 25.0%라고 발표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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