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3월 26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서영훈 대표가 386세대를 위한 모금액 3만8천6백원을 임종석 후보(왼쪽 두번째)와 이인영 후보(오른쪽 세번째), 우상호 후보(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금함에 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3월 26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서영훈 대표가 386세대를 위한 모금액 3만8천6백원을 임종석 후보(왼쪽 두번째)와 이인영 후보(오른쪽 세번째), 우상호 후보(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금함에 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사실상 내전 상태에서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86운동권' 헤게모니가 담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데에 이어 운동권 출신 중진 의원이 나서서 당내 격론을 억지로 잠재우려는 행동이 나온 것이다.

바로 '86운동권' 세력의 핵심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일명 전대협)' 출신의 민주당 중진 이인영 의원이 내부 단속을 예고하고 나선 것. 문제는, 이같은 '내부 단속 예고'가 과거 운동권 시절의 모습으로부터 크게 바뀌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향한다.

우선, 전대협 1기 시절 의장대행(부의장)을 했던 우상호 現 비대위원장과 달리 1기 의장을 했던 이 이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35년 전 오늘, '6월 민주대항쟁'의 시작"을 거론하며 "노선이 다르고 확신에 찬 분열을 선동하지 않았다"라고 밝힌다. 당 내 계파갈등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조금 더 들어보면 이렇다. 그는 "언제든지 주저없이 하나된 힘으로, 일치된 힘으로 대의를 위해 나선 것 아니냐"라며 "우리는 하나가 되어 싸워야 할 가치들이 있지 않나"라고 밝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동일 타격 목표'는 "수구 냉전과 가짜 민주주의"다.

의미 심장한 발언도 나온다 "일부의 패권이 전체의 승리보다 중요하지 않다"라며 "누구나 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내부 패권다툼이 외부 투쟁보다 강렬하면 당을 병들게 한다"라고 강조한다.

즉, "민주당 내부 투쟁이 국민의힘 앞에서 분열로 나타나지 않도록 당장 절제해야 할 것"이라는 것. 결국 "단결의 깃발로 다시 내걸어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놀랍게도 이같은 의견은 그의 지난 30년 전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8월8일 <펜앤드마이크>의 <[탐사기획] "양키침략군 물러가라!" 35년전 전대협 이인영 '통일부장관 1년' 재조명···왜>에서는 문제의 운동권 문서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사본안 입수의 건을 밝힌 바 있다.

이는 2020년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된 이인영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기자가 확인한 이 운동권 자료 사본에서는 이인영 의원이 지난 10일 언급한 '단결'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됐다. 다음은 그 내용 일부 발췌본이다.

기자는 지난해 중순 문제의 운동권 문건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사본 일체를 입수했다. 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해 중순 문제의 운동권 문건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사본 일체를 입수했다. 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 "···쟁취 목표를 보다 명확히 세우자! 이제 6.10 투쟁에 대한 막연한 '짝사랑'과 미련은 그만 둘 때가 되었다. 한국 민중은 이거 마땅한 승리를 당연히 거두었다···"

▶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이해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통하여 단결의 위력과 승리를 통한 새로운 투쟁의 준비, 그리고 실패로부터의 경험 등 매우 질높고 새로운 정치적 경험들을 하고 있다···"

▶ "···우리는(물론 일부에서만) 아직 빼앗지 못했다는 것에만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서로에게 무의미한 책임전가만 해댔지, 이미 빼앗은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 "···최초의 승리가 대중속에서 구체적으로 확인(의식화, 조직화) 되어지지 못하였다. 이는 추동성의 결여이고 시대성의 만연이며, 대중과 긴밀히 사상적, 조직적으로(가장 낮은 차원에서부터) 결합되어 있지 못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 "···운동권의 내부분열과 혼란을 조장하여 소아병적 모임주의 또는 무기력의 길로 빠지도록 유도하고, 운동권과 대중을 부리시켜 운동권의 대중에 대한 사상적, 조직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 "···우리 서로간의 꼬질꼬질한 자존심과 관념적 겁박증은 과감히 내던져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차기 계급, 계층의 쟁취목표가 아니라 전민중적인 쟁취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정할 수 있을 때, 행동의 통일과 투쟁구호의 통일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든 혁명투쟁에 있어서의 관건적 문제는 '정권(권력)의 문제'이나, 문제의 요체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우리 민족민주운동의 조직된 힘에 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운동권 사본 문안은 그동안 널리 밝혀지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전대협 운동권 시절의 방향성은, 결국 '세력의 조직화·단결화'에 있다는 게 관건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이인영 의원의 발언 "단결의 깃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국 30년 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인데, 그러다보니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86용퇴론'에 대한 각종 성토 배경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은 전대협 출신의 우상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12일 당 수습 방안을 알릴 예정이다.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11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성 및 청년 비대위원 인선안 및 지도체제안 등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국회방송 NATV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캡처본. 사진은 1980년대 후반 영호남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인영 당시 전대협 1기 의장(사진=국회방송 NATV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국회방송 NATV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캡처본. 사진은 1980년대 후반 영호남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인영 당시 전대협 1기 의장(사진=국회방송 NATV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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