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전 조달청장
김상규 전 조달청장

윤석열 정부의 최근 인사에 대해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실에 검찰출신을 많이 앉히고, 급기야 금감원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보임하자 그런 비난이 나오는 것 같다. 
금융계 종사자들은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고 연봉이 높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린다.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아무나 금융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돈을 다루는 업무이니 만큼 신중해야하고 오랜 실무경험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또 금융정책은 규제와 제재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도 한다. 금융같이 전문적이고 복잡 미묘한 업무는 여자를 대하듯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데, 법에 따라 단순하게 형벌을 가하는 사람들을 임명하면 지나치게 경직된 운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라임 옵티머스 같은 대형금융사고를 대충 처리한 감은 없지 않고 이참에 금감원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검사출신이 반드시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정부의 정권 실세들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사건으로 금감원의 수장은 자기를 임명해준 권력에도 메스를 들이대는 용기와 신념이 더 중요하다.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것은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인데 그게 검찰에 송두리째 넘어가 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의 배후에는 오랫동안 이 업무를 보아왔던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도 한몫하지 않나 생각된다. 과거부터 쭉 금융관련 업무를 해온 사람들이 이런 자리를 독식해왔는데. 외부사람에게 이런 보직을 개방하면 그만큼 자기들 파이가 줄어든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속고발권을 어느 부처에 둘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다. 금융 및 공정거래 법규가 까다로워 잘못하면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고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경제성 등을 검토해서 고발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속고발권은 기업들의 사정을 봐주려는 방편으로 보인다.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서 전속고발권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 할 수도 있다. 또 검사를 당해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전속고발권이 검찰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감독업무는 규제 업무다.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너무나 많은 파인튜닝이 존재하고, 그것이 규제로 표현되어 모든 것을 금감원이 결정하게 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지금의 금감원 운영도 문제가 많다. 작은 규제에 신경을 쓰느라 큰 규제를 놓친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정부를 장악하려면 대통령이 잘 아는 사람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고 신뢰할 수 있다. 복잡한 문서절차 없이 전화 한 통으로 문제가 해결되어, 대책과 결단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인사권자는 자신이 아는 사람 위주로 쓰고 싶어 한다. 또 자기가 모르는 사람은 유능한지 청렴한지 공직관이 투철한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잘 아는 인재풀이 클수록 국정운영이 수월해질 것이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그 후 군인출신 대통령들은 군인들을 장관이나 기관장으로 많이 임명하기도 했다. 당시 군은 미국의 발달된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했고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인력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군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우수한 검찰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대통령의 인사가 법률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인사는 재량사항으로 대통령의 판단과 책임에 맡겨져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행대로 할 것이냐 변화를 줄 것이냐도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다.

인사에도 파격이 필요하다. 금융을 개혁하고 싶다면 사람을 바꿔야 할 것이다. 기존 관행과 문화에 젖은 사람이 아닌 다른 조직과 문화 속에서 커온 사람이 더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으로 금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인사가 잘된 것이냐는 문제는 미래에 달려있다.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 현안을 잘 해결하고 규제를 제대로 개혁한다면 잘된 인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부담이 될 것이다. 금융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다만 정권 초기의 인사는 논공행상의 성격이 강하다. 선거캠프에서 마음 졸이며 일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검찰을 많이 중용한다는 비난은 어쩌면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 향후 국정운영에서 대단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야당은 이를 부채질해서 여권의 분열을 조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은 논공행상 실패가 도화선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때 협조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못 한 것이 여권의 분열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자기 편에 대한 보상을 잘했다. 그렇게 정책을 엉망으로 했는데도 정권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검찰이나 기재부 위주의 인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좋지 않다. 

김상규 전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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