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수첩/박순종] 서울 종로경찰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펜앤수첩/박순종] 서울 종로경찰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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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나는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농성 중인 학생단체 '반일행동' 관계자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당초 내 고소 사건에서 특정된 피의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내 이의제기를 통해 이뤄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서울서부지검은 이달 7일 특정된 피의자에 대해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번 사건 진행 과정에서 내가 겪은 경찰의 위법하고도 편파적인 수사 내용을 논해보고자 한다.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길고 지루한 싸움의 한 막이 내렸다.

지난해 2월23일 나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소위 ‘평화의 소녀상’) 동상 앞에서 이른바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며 농성 중인 학생단체 ‘반일행동’ 관계자들을 ‘모욕’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는데,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검찰이 특정된 피의자에 대해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 기소한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이 경찰이 뭉갠 수사를 검찰이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내가 고소한 성명불상의 인물들은 지난해 2월22일 동(同) 단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페이지 ‘반일행동’ 및 ‘희망나비’ 등에 〈‘다케시마’의 날 인정 극우 비호 친일 매국 견찰 당장 파면하라!〉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면서 그 안에 내 얼굴과 음성이 들어간 장면을 내 동의 없이 집어넣고 나를 ‘친일극우’로 지칭한 자막을 삽입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영상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군 위안부’ 동상 일대를 담당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 모 경위를 모욕할 목적으로 제작됐다. 이 모 경위가 ‘극우’ 세력을 비호하는 ‘친일’ ‘매국’ ‘견찰’(경찰)이라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써 ‘친일극우’인 내게 해당 정보관이 친근하게 대하는 장면을 넣었다. 해당 장면에서 이들은 내 얼굴 밑에다가 ‘일본군성노예제는 <날조>라고 주장하는 친일극우’ ‘친근하게 볼을 만져주며 친일극우를 위로해 주는’ 등의 자막을 입혔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농성 중인 학생단체 반일행동의 깃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농성 중인 학생단체 ‘반일행동’의 깃발.

나는 ‘친일극우’라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나라에서 ‘친일’ 또는 ‘친일파’라는 용어는 맥락상 ‘일본제국주의의 전쟁 범죄를 비호·찬양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극우’라는 표현 역시 ‘민족주의, 전체주의 내지 인종주의 등에 기반한 배타주의를 극단적으로 추종하는 자’로써 적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테러를 자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들을 지칭할 때 쓰이는데, 자유와 법치를 존중하고 개인의 권리가 보호받게하는 데에 관심이 큰 내게 ‘극우’라고 하는 것은 모욕적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사법부의 판례도 명확했다. 예컨대 남의 사진에 욱일기를 합성하고 ‘친일파’라고 모욕한 어느 피고인에 대해 지난 2020년 대전지방법원은 피고인의 모욕 혐의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칭해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라고 한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에게도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떨어진 바 있다.

게다가 피고소인들이 속한 단체인 ‘반일행동’은 각종 성명과 기자회견문 등을 통해 ‘친일극우’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청산(淸算)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오기까지했다. 종합하면, 이들에게 있어 나는 ‘청산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일극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으로 사용됐음은 자명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내가 고소한 사건의 피의자를 특정하기는 했지만, 해당 피의자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했다. 경찰이 작성한 불송치결정서 내용을 보고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의 수사 결론이 피의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자, 설상가상 이를 넘어서 사실관계를 고의로 외면하고 왜곡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2021년 8월20일 작성한 이 사건 불송치결정서의 내용.
서울 종로경찰서가 2021년 8월20일 작성한 이 사건 불송치결정서의 내용.

서울 종로경찰서의 수사 결론은 요약하건대 이런 것이었다.

  1. 피고소인이 피해자(박순종)를 지칭해 ‘친일’이라고 한 것은 다소 무례하기는 하지만 범죄를 구성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영상을 업로드한 횟수가 단발성에 그쳐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모욕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소인이 피해자를 지칭해 ‘극우’라고 한 것 역시 피해자에 대한 피고소인의 정치적 평가에 불과해 범죄를 구성할 정도는 아니다.
  3. 또한 ‘친일’이라는 표현에 ‘극우’라는 표현을 더해 피해자를 ‘친일극우’로 지칭했다고 하더라도 모욕의 정도가 증가한다고 볼 수 없다.

내가 가장 화가 난 부분은 경찰이 ‘피고소인의 영상 업로드 횟수가 단발성에 그쳤다’고 판단한 지점이었다. 고소장과 함께 직접 제출한 증거만 보더라도 성명불상의 피고소인들은 유튜브 채널 외 각기 다른 2개 페이스북 페이지 등 최소 3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실에 반하는 수사 결론이었다.

게다가, 욱일기를 바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문재인 정권 시절 여권의 주요 인사들의 조상이 ‘친일파’였다는 취지의 전단지를 살포한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직고소를 받고서 피의자인 30대 남성을 10여 차례 소환 조사하면서 피의자가 소지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디지털포렌식하고, 그 배후를 집요하게 캐문 경찰이 아니었던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문재인 정권 시절 주요 여권 인사들의 얼굴을 욱일기와 합성해 그 조상들이 친일파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살포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은 해당 남성을 10여 차례 소환 조사하고 그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디지털포렌식하는가 하면, 해당 남성에게 전단지 살포의 배후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에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1. 고소인이 고소장과 함께 제출한 증거만 보더라도 피고소인의 영상 업로드 횟수가 최소 3회 확인됨에도 서울 종로경찰서는 영상 업로드 횟수가 1회에 그쳤다며 명시적으로 사실에 반하는 수사 결론을 냈다. 설사 경찰의 주장과 같이 영상 업로드 횟수가 1회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모욕’의 횟수는 모욕죄를 구성함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심지어 이 사건 피고소인은 ‘동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소인을 모욕하는 표현이 들어간 ‘자막’을 구성해 배치했는데, 이는 고도의 기획으로써 피고소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3. 게다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과 관련이 있는 ‘비방할 목적’은 ‘모욕죄’의 구성요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본 사건에 ‘비방할 목적’을 굳이 연결 짓는 등, 경찰은 고의로써 사실을 외면하고 잘못된 법리를 가져다 붙임으로써 피고소인을 일방적으로 감쌌다.
  4. 여기에 더해 ‘친일’ 등 표현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태도를 보면 ‘친일극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함은 자명하다.

내가 경찰에 이의를 제기하자 개정된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됐다. 이윽고 검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경찰서에 ‘보완수사’를 명령했고, 지난 4월에는 특정된 피의자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이송됐다. 그로부터 1개월여가 지난 이달 7일 검찰은 특정된 피의자에 대한 벌금형의 약식 명령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했다.

나는 이 사건이 검찰이 경찰의 위법한 수사 행태를 바로잡은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여긴다. 또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여지껏 나는 검찰을 정면에서 비판해 왔다. 하지만 지난 2년여 기자 생활 중 접한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남용 사례 가운데에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것들도 많았다. 내 사건에서 ‘모욕죄’는 처리하기에 까다로운 범죄가 아님에도 경찰은 과감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엉뚱한 수사 결론을 도출했다. 이런 자들이 무슨 범죄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나는 경찰을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가 겪은 일을 알리는 이유다. 우리 독자들이 경찰에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관으로서 39년 6개월을 근무하시고, 퇴직 때 옥조근정훈장까지 받으신 내 조부께서 생전 내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경찰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이번 사건에서 특정된 피의자에 대해 이달 7일 약식 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이번 사건에서 특정된 피의자에 대해 이달 7일 약식 기소를 결정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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