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내 혼선 야기하는 핵심 관계자들이 화근"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주변에서 벌어지는 보수단체 시위를 우려하고 있으며 해당 단체들이 시위를 자제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전한 중앙일보 단독 보도를 정면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보도를 했는데 정작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정반대 시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 내부 교통정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단체 시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6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인용해 "갈수록 과격해지는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주변 보수단체 집회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최근 '시위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당부했다"며 "윤 대통령이 시위 자제 메시지를 직접 낼지, 아니면 대변인실 관계자가 언론 질의에 답변하는 식으로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극우·극좌 세력들의 과격한 집회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펼쳐진 격한 진영대결과도 무관치가 않다. 이제는 이런 진영 논리의 틀을 깨부수고 국민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민생의 논리로만 경쟁해야 할 때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그런 발언은 없었고, (의중을) 얘기한다는 예정도 들어본 적 없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도 바로 다음날인 이날 오전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라면서 '법대로'를 강조해 기존 중앙일보 보도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불편한 심기를 공유하며 난색을 표하기까지 했다는 TV조선의 지난달 30일자 단독 보도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전날 전언들도 뒤집히는 모양새다.

TV조선은 당일 밤 9시 뉴스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지난달 13일 이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로 윤 대통령을 찾아와 선거 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시라'고만 했다. 이 대표의 친서 요청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국가 간 외교로 신중하게 접근할 일에 당 대표가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대통령의 뜻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문 관련해서 오늘 TV조선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관계가 매우 다르다"며 "어떤 대통령실 관계자가 무슨 이유로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대화를 부정확하게 외부에 전달하는지 궁금하다. 당 대표실에서는 실무자 두 사람만 이 사안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 두 사람은 일체의 언론 접촉을 한 바가 없다"고 불쾌감을 보였다.

뒤이어 연합뉴스도 "친서 요청이 있었고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며 친서는 전달하지 않기로 두 사람이 정리한 차원이라고 보도했다.   

정 부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 했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에 뭔가 협의가 있었거나 이야기가 오갔을 것 같긴 하지만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측근발 단독 보도'를 놓고 "대통령실 내 혼선을 야기하는 핵심 관계자들의 의도가 무엇이냐"부터 "현재 대통령실 내부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로 안 돼 있는지를 알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관계가 나쁘다는 식으로 비춰질 여러 말들을 대통령실 내부의 누군가가 퍼뜨리고 있다"며 우려했다. 아울러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주요 사안에서도 대통령실 내부 관계자들이 이렇게 대통령 발언이라며 제멋대로 옮기고 다니면 결국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도 울린 상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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