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게이트'로 실각 위기에 놓였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당내 신임투표에서 간신히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존슨 총리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가족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엄격한 봉쇄를 할 때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초래했고 여야 모두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았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터져 '파티게이트' 논란은 다소 잠잠해졌으나 최근 경찰 수사 결과 이후 당내 신임투표에 부쳐졌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간) 보수당 하원의원 신임투표에서 찬성 211표, 반대 148표로 예상대로 신임을 받았다. 보수당 규정은 소속 의원(359명)의 과반인 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내각제 국가로 여왕이 집권당의 대표를 총리로 최종 임명한다.

향후 1년간 당내 신임투표에 부쳐질 위험을 피하게 된 존슨 총리는 신임투표 후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좋은 결과"라며 "이제는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로 각종 모임이 금지됐을 때 총리실 파티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말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파티 참석 의혹이 처음 제기됐고 당 안팎의 사임 요구가 터져나왔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다소 잠잠해졌으나 수사를 마친 경찰이 지난 4월 방역규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하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법 위반은 물론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존슨 총리의 부인이 2020년 6월 총리실 내각 회의실에서 남편 생일파티를 깜짝 주최한 것을 업무와 무관한 파티로 판단했다. 존슨 총리는 재임 중 법을 위반한 역사상 첫 총리가 됐다.

특히 보수당 의원들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이후인 지난달 25일 총리실 직원들의 봉쇄 중 술판 행각이 적나라하게 담긴 정부 보고서가 발표되자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서 존슨 총리 부부가 군중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모습이 생중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보수당 의원들은 지난 주말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집단행동에 나섰다. 존슨 총리가 2024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승리로 이끌 지도자인지를 묻겠다는 것이다.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5일 오후 존슨 총리에게 투표 개시를 알리고 6일 아침 일찍 일정을 공개했다. 이날 저녁 6시∼8시 의사당 내 1922 위원회 회의실에서 치러졌고 9시에 브래디 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211표(59%) 찬성을 받았다. 내각에 참여한 의원만도 수십명이고 2019년 총선 때 존슨 총리에 힘입어 노동당 우세 지역에서도 당선된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언론은 대체로 40%가 넘는 반대가 예상 밖이라며 '간발의 차로 생존'(더 타임스), '공허한 승리'(텔레그래프), '승리했으나 반란표에 상처'(BBC) 등의 기사 제목을 달았다. 존슨 총리가 받은 찬성률(59%)은 2018년 12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63%보다 낮다.

도덕성과 권위에 흠집이 난 존슨 총리는 자신을 불신임하는 당내 41%를 이끌고 브렉시트,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안보,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의 난제를 풀어가야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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