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선거 결과 사상 첫 ‘4선’에 성공하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정치 편향’ 교통방송(TBS)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TBS 내부에서도 오 시장이 선거 운동 기간 강조했던 ‘TBS 개편 구상’을 실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TBS 사옥 사진. [사진=연합뉴스]
TBS 사옥 사진.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TBS 노조의 반발, 방송통신위원회의 ‘목적 변경 허가' 절차 등으로 인해 갈 길이 멀다.

오세훈의 공약,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전환...김어준의 운명은? 

오 시장은 선거기간 중 TBS가 교통방송의 역할을 다했다며 서울시의회의 다수의석이 확보되면 교육방송으로 기능을 바꾸겠다고 공언해왔다. 오 시장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달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알려졌다. 오 시장은 “교통방송의 본질적인 기능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 그 점은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개편과 관련해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건 권한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당선자 명부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지역구 의원 정당별 분포는 국민의힘 70석, 더불어민주당 31석이었고,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5명이다. 국민의힘이 모두 76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6석에 그쳤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내준 것은 12년 만이다.

서울시의회 여야 구도가 뒤집히면서, 오 시장과 시의회가 마음만 먹으면 TBS 기능 전환이든 예산삭감이든 뭐든 강행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갖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불공정성과 관련해, TBS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TBS 출연금을 123억원 가량 삭감하려고 했으나,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반대로 출연금 삭감 폭이 55억원으로 줄면서 관철되지 못했다.

“교통방송 듣는 대신 티맵 켜고 운전하는 시대, 저소득층 자녀교육에 평생교육 융합 검토”

이에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TBS의 교육방송화’라는 아이디어로, TBS에 대한 개편 구상을 밝혔다. 그에 따라 정치 편향성 논란을 빚어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구상을 처음 밝힌 이후, 13일과 16일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이어 개편 구상을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TBS 교육방송 전환’ 구상을 처음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TBS 교육방송 전환’ 구상을 처음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통방송 기능의 소멸론’을 언급했다. 그는 “교통방송이 제공하는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며 “티맵이나 앱을 켜고 운전한다. 이미 받아놓은 주파수를 반납하긴 아까우니…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교육, 평생교육시스템 융합 등으로 기능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립재단으로 돼 있는 조례를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오 시장은 “이름과 기능을 바꾸게 되면 서울시민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주파수가 활용되겠죠”라고 답했다.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도 오 시장은 “조례를 바꿔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의회가 새로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세훈의 우문현답, “방송장악하려면 현 체제가 좋아, 홍보 기능 포기하려는 것”

‘관제방송 회귀’, ‘방송장악 노골화’ 라는 비판에 대해, 오 시장은 “TBS의 사장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데, 그런 의도라면 저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분을 사장으로 선임해 서울시 홍보수단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며 “그걸 포기하고 방송 기능을 바꾸겠다는 건데 과연 그런 뜻이겠느냐”고 해명했다.

다음날인 17일 관훈토론회에서도 ‘교육방송으로 재편하는 게, 김어준 프로그램 정리의 일거양득을 노린 것 아니냐’는 최광숙 서울신문 대기자 질의에 “평생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교육방송 아이디어를 냈는데, 시의회 구성 분포가 바뀌게 되면 그 기능에 대해서는 충분히 토론하겠다”며 “충분히 토론해서 결정하겠지만 교통방송의 기능이 다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런 현실을 감안해서 이야기한 건데, 김어준씨 방송이 정치편향 논란에 휩싸여 자주 선정성 논란이 되는 바람에 제 의도가 의심받고 있다”며 “그 부분이 오히려 억울하다”고 했다.

정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TBS 유튜브 캡처]
정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TBS 유튜브 캡처]

오 시장은 현행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TBS의 기능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례에는 ‘지역 관련 정보 제공 등 방송사업 전반’ 등이 규정되어 있을 뿐 교육에 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이에 서울시는 사업 범위에 교육을 추가한 개정안을 제11대 서울시의회가 구성된 후 오는 8월 발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이 오 시장의 계획에 동조한다 하더라도, TBS 내부에서 제기되는 ‘방송 탄압’이라는 비판은 오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TBS 노조 반발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TBS 노조는 지난달 “교육방송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곧 전반적인 편성과 제작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라며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고 해도 그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방송법이 금지한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TBS 내부에서 방송 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오 시장은 “교양 프로그램을 없앤다고 한 적이 없는데, 교양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해서 (TBS 노조거) 비판했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모양이다. 교육방송을 해도 교양프로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바꾸겠다고 했느냐. 시의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바꾸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서울시 조례가 개정된다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허가 절차가 남아 있어 섣불리 'TBS 개편'을 점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 조례가 개정돼도 방통위 허가 절차 남아

서울시 조례와 방통위가 내준 허가증에는 교통방송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 정보 제공’, ‘방송사업 전반’ 등을 TBS의 사업 범위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TBS의 사업범위를 변경하더라도, 방통위의 허가 절차가 남아있는 셈이다.

TBS가 방통위에 교육방송으로 변경 허가를 신청할 경우, 교통방송 유지 필요성과 교육방송의 전환 타당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사업자가 사업 목적을 변경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례가 드물어, 허가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방통위의 입장으로 알려진다. .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분야를 변경해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TBS가) 목적 변경을 신청한다면 교육방송 전환의 타당성, 교통·교육방송의 수요, 매체의 균형성 등 주파수 활용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와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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