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에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국민의힘에 내준 민주당은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 총사퇴를 결의했다. 하지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가 사실상 혼자 생환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목표로 친이재명계와 함께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농후해 민주당 내분은 이제 점입가경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는 2일 오전 SNS에 올린 '지방선거 이후의 민주당'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시작부터 "대통령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패배의 누적과 그에 대한 이상한 대처는 민주당의 질환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민주당이 그동안 미루고 뭉개며 쌓아둔 숙제도 민주당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 무거워졌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선거는 국민의 집단적 의사표시"라며 "승자도 패자도 그 매듭을 잘 짓고, 선거 이후의 전개에 임해야 한다. 패자가 할 일은 더 어렵고 아프다. 패자가 할 일은 대체로 이렇다. 패배를 인정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받아들이며, 그 원인된 문제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 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고 질책했다.

이 전 대표는 "책임지지 않고 남탓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국민들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 그러니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게 됐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누적됐다. 민주당의 위기도 누적됐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 민주당은 또다른 임시 지도부를 꾸려 대선과 지선을 평가하고 반성과 쇄신에 나설 것 같다. 그 일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지도부와 평가주체의 구성부터 평가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또다시 모종의 정략으로 호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잘못하면 민주당의 위기는 걷잡기 어려울 만큼 커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전날 SNS를 통해 "TV 3사, JTBC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는다. 이 책임을 누가 질까"라며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세계적 항공사 JAL(일본항공)이 방만한 경영으로 상장 폐지되었다가 3년 간 피나는 구조조정 후 다시 상장하며 당시 회장 왈(曰), '망(亡)하니까 보이더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 과정에서부터 8월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서로 당 혁신을 내걸고 극심한 내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순간 위축된 이재명계가 머잖아 책임을 회피하며 더욱 당권 장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친문계를 비롯한 여러 세력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책임론'을 띄워 이 위원장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 갈등이 당분간 계속 표면화되는 수순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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