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는 심각성 인식하고 성명서 채택해야"...靑의 이중적 처신도 꼬집어
변협 "직접적 외압 아니어도 법관이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게돼"

청와대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판사 파면' 청원을 법원행정처에 알린 것과 관련해 판사들이 직접 나서서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한다는 법원 내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규(51)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 법관제도개선토론방에 "법관의 의사표현기구인 법관대표회의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명서 채택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 나가야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11일 임시회의를 앞뒀다.

김 부장판사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국회에 전달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이중적 처신을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가 국회와 법원에 대해 이중적 처신을 하는 이유가 국회에는 정치적 파워가 있고, 법원은 정치적 파워와 무관한 조직이라는 데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국가시스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내용을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전화로 전달한 사실이 지난 4일에야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에도 김 부장판사는 "권력분립의 헌법 원리와 법률의 제약으로 행정부가 청원 결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그런 사정을 청원자들에게 알리면 그만"이라며 청와대가 대법원에 청원 결과를 전화로 알린 행위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런 청원에 답변했다’는 사실만 전달했을 뿐 ‘어찌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었다”고 했다. 대법원도 “법원이 따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는 사안이어서 징계 등의 논의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거나 국민의 오해를 살 만한 일은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성명을 냈다. 변협은 “청와대가 직접적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개별 사건마다 국민청원이 있다고 해 이를 모두 법원에 전달하면 법관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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