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 북한에 보내는 것"
트럼프 "이란핵협정은 재앙적이고 끔찍한 협정...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핵협정은 일방적이며 재앙적이고 끔찍한 협상으로 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평화적 목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은 엄청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핵협정 파기 선언은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는 것으로 이달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이란과 주요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다. 이란은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파기를 공언해 왔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오후 2시(현지시간·한국시간 9일 오전 3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중단한 이란제재를 90일과 180일인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재개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원유 부문과 중앙은행 거래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으로의 항공기 수출과 이란과의 금속 거래, 그리고 미국 달러를 획득하려는 이란의 어떠한 노력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이란핵협정을 유지하되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절충안 마련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사정 때문에 이 합의를 끝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최근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이란 핵합의 구하기’에 나섰으나 효과는 없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호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명백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더는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나는 약속하면 지킨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 직후 이란TV에서 “이란은 미국 없이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앞서 7일(현지시간) “미국 없이도 JCPOA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협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핵합의에 서명한 6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합의사항을 보장할 경우 이란은 계속 JCPOA를 준수하겠다는 뜻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