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과 거리가 먼 청년정치, 정치적 기술만 난무
사회적 비전과 가치 없이는 정치적 동력 생길 수 없어
깊어지는 청년 우울증, 정치권에선 해결책 있나?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참신함과 거리가 먼 청년정치, 정치적 기술만 난무

근래 들어 2030세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유난스레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2030세대를 의식한 사회 이슈들이 폭발했다. 청년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는 개인적인 삶인 동시에 장차 국가를 이끌어갈 세대가 그들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봇물 터지듯 온갖 발언들을 쏟아지며 다짐과 약속으로 이어졌다. 여. 야 정당들은 청년정치 중요성을 새삼스레 강조하며 정치권은 그들을 중요 인적자산으로 삼겠다는 태도를 경쟁적으로 보였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세대 간 대결 혹은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여. 야 정치권의 주류는 86세대나 그 윗세대다. 이미 수 년 전부터 86세대 정치인 용퇴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해 최근 들어 정치권에 세대 간 갈등과 변화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향후 86세대 용퇴론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작금에 각 정당에서 활약하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청년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역량이나 행태는 어떤가? 그들 역시 참신한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데다 더 큰 실망을 안겨 줄 뿐이다. 정당의 앞자리에서 활약 중인 청년정치인들의 공통점은 충분한 사회경험이나 전문적인 식견 없이 청년이라는 명분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그들이 정치권 핵심에 진입하는 계기도 항상 그렇듯 대중들이 보기에는 어리둥절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사안이 부상할 때마다 정치권은 내외적으로 혼란과 충돌이 벌어진다.

청년정치에 대해 말하기 위해 멀리 갈 필요 없이 일명 ‘조국 사태’를 보자. 청년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점은 ‘공정’을 대중적 키워드로 만든 조국 사태였다. 2019년 8월, 유망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법무부장관이었던 ‘조국 사태’가 국정을 뒤흔들었다. 분노한 청년들은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서로 공유하며 정치논쟁은 양극화되어 더욱 가열되었다. 청년층은 가뜩이나 집값 폭등으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이 시기부터 시대의 청년세대의 화두는 ‘공정’이었다. 조국 사태가 낳은 공정, 불공정 논란은 시대적 키워드가 되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청년정치인 허상과 그들은 어떤 사회적 비전과 가치를 제시했나?

청년정치인 허상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상징적인 인물이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주인공 조성은이다. ‘조성은 스캔들’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연일 미디어에 등장하여 정가를 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기 전까지 수 년 간 여러 정당을 거치고 옮겨 다니며 당의 주요 직책을 맡았던 전력의 소유자다.

또한 남성 청년정치인 선두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있다. 일찍이 20대 나이에 정치 권부에 전격 발탁되어 청년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위상은 위태롭다. 과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부적절한 한 사건에 대한 의혹이 문제가 되었다. 현재 그 사건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사정은 어떤가. 제20대 대선 패배 직후 당을 이끌 인물로 전격 영입된 26세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민주당은 물론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기도 하지만 당 대표와 동일한 위상으로 당내 페미니스트 국회의원과 페미니스트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수장 역할임에도 그녀의 발언들은 당내 혼란을 일으키며 엄청난 논쟁을 낳고 있다. 앞서 말한 청년정치인들은 어떤 사회적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였는가? 어쩌다보니 정치권 핵심부로 들어왔을지라도, 비전이 결여된 정치인은 어떤 동력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청년정치의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정책

문재인 정부 5년 간 청년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무엇보다 친페미니즘 정부답게 여성계의 권력은 친여성 정책과 제도화에 크나큰 성과를 만들었다. 이런 친페미니즘 기조는 정반대의 효과를 냈는데 바로 남성 청년들이 받는 역차별 문제였다. 이를 포착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취임 후 병사월급 200만 원 즉시 인상 공약을 핵심으로 내걸어 남성 청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윤 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 목표와 약속을 담은 110대 국정과제에는 위 두 가지 핵심 공약이 빠졌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은 임기 내 단계적 인상으로 실현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여가부 폐지 또한 윤 대통령은 누차 공약을 지키겠다고 발언하고는 있지만 요원해 보인다. 필자는 병사 월급 인상 공약은 병역인구 감소로 인해 남성 청소년층까지 아우르는 필수 공약이라 생각한다. 병역의무 보상은 등가물이나, 다른 분야와 비교급, 계량적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110대 국정과제에 청년과제는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고는 있다. △청년 주거·일자리·교육 등 맞춤형 지원 △청년의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 △청년 참여의 장 대폭 확대가 그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청년 내 집 마련, 취업지원, 청년창업 기반 강화, 청년 미래 역량 강화 지원, 청년 교육비 부담 완화, 공정기반 구축, 자산형성 지원, 취약청년 출발 지원, 청년 정책참여 확대, 청년 통합지원체계 확립이다. 청년정책을 여러 개 나열했지만 상투적인 내용을 엮은 한 뭉치 홍보자료에 그쳤다는 느낌을 준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

최근 필자는 여러 청년들로부터 일종의 고민 상담을 받는다. 페미니즘 전성기가 만든 성과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성적 규제다.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남성 청년은 “남녀는 서로 평등한 관계라 교육 받았고, 경우에 따라 여성은 배려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하고 자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젊은 여성들을 보면 피하는 것이 낫다.” 이 청년 뿐 아니라 대다수의 남성들도 이런 식으로 자주 말한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연애 리스크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고, 여성에게 자칫 호의를 보였다간 성추행, 성희롱으로 몰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여자친구를 1년 가까이 사귀며 지냈지만 헤어지고 난 뒤 강간 및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다 하소연 한다.

또한 대다수 20대 청년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공통적으로 과열된 경쟁, 경제적 압박, 청년우울증을 꼽는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입학까지 학벌 만능주의로 인한 경쟁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곧 우울증으로 옮아간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대졸자 비율은 69.8%로 2위를 기록할 만큼 고학력자가 넘쳐난다. 하지만 고학력자 취업난은 극심해도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기피한다.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이유에는 낮은 급여, 중소기업에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청년 우울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필자는 해마다 발간되는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 발간)를 읽는다.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회원국 조사에서 한국의 자살률은 가장 높으며, 우울감 확산지수는 36.8%로 가장 높았다. 2019년 통계기준 자살 동기를 보면 남자(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이었다. 여자는 전 연령대에 걸쳐 정신적 어려움이 자살 동기였다. 그만큼 한국의 남녀 가릴 것 없이 우울증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아이러니랄까. 방송계는 상담 포맷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아동, 청춘, 성인 대상으로 넓혀가며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보통의 젊은 층은 우울할 때 상담 혹은 대화를 할 상대가 없어 혼자서 앓다 우울중은 더욱 깊어지고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년문제는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정치, 경제, 노동, 복지, 부동산, 저출산, 4차 산업혁명 전환, 일자리, 남녀갈등이 혼재되어 있어 해법이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청년층에 만연한 정신적 고통, 즉 우울증 문제는 이대로 넘길 일이 아니다. 개개인의 파편화 현상은 단절의 시대를 만들었다. 정치권의 요란한 청년정치와는 달리 보통 청년들의 정신건강은 위태롭다.

(참고) 2021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 발간) 2019년 성별, 연령별 자살률과 자살 동기
[참고] 2021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 발간) 2019년 성별, 연령별 자살률과 자살 동기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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