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방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초조한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넉넉히 이길 줄 알았던 계양을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격차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거의 평정심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양을에서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골목길을 훑고 있는 탓에, 6.1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의 명함이 무색해진 지는 오래이다. 그 만큼 이 후보에게는 어려운 선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총괄선대위원장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관례였다. 그럴 경우 이 후보의 8월 당대표 도전은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 후보는 그런 상황을 막아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의 무리수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① 무리수 = 김포공약 이전 추진에, 민주당 내부서도 반발 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30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약 이전’과 관련해 "대선 때 접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30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약 이전’과 관련해 "대선 때 접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가장 큰 무리수는 ‘김포공항 이전’ 추진이다. 지난 27일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 김포시 아라여객터미널 인근에서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을 맺고, 그 핵심과제로 밝힌 것이다.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하고, 공항 부지 260만 평과 주변 1000만 평을 활용해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29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약을 발표할 때도 재차 김포공항 이전을 약속하며 "계양과 인천 발전, 수도권 서부발전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는 29일 제주시청 앞 긴급기자회견에서 "오늘 중앙당에 당당하게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포공항이 이전될 경우, 제주 여행객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제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선 때 '이거 안 되는 거다'라고 얘기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은 없다"며 "(대선 이후) 그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느냐"라고도 반문했다.

② 모르쇠 = 자신이 추천한 박지현과 586간 당내 갈등에 ‘모르쇠’로 일관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 종료 시점까지 불과 38시간을 앞두고 다시 손을 맞잡았다. 윤·박 위원장과 이재명 후보는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다함께 손을 포개고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이는 이 후보의 제안으로 성사된 화해 세리머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 내부는 박 위원장이 ‘사과와 586 용퇴론’으로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었지만, 윤·박 두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후보는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이 후보가 취한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모르쇠’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런 태도는 지난 26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행자와 현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이 후보는 박 위원장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일선에 나와 있는 책임자라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은 잘 모르고 있고 또 앞 뒤 전후 맥락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박 위원장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나가야 돼서 미안하다"면서 대답을 회피하다 박 위원장의 사과와 586용퇴론에 대해 어떻게 듣고 있냐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아직 얘기를 못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방선거 이후 박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건 모른다. 저는 사실 총괄위원장의 직책은 가지고 있는데 책임은 지고 있는데 내부의 선거 기획이나 또는 선거의 집행이나 당무나 이런 거 전혀 내용도 모르고 뭐 사실은 저는 이분 말씀드리긴 좀 그런데 실질적인 내부 관계 제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알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취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을 안 하신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한다면, 지금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둘이 잘 화합해서 해결하라'든지, '문제제기는 타당하나 때가 안 맞으니 (선거) 끝난 다음에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다'라든지 이런 식의 정리를 해 주셔야 한다. 그것 없이 나가버리시는 게 조금 무책임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의 태도에 대해 비판이 이어진다. 심지어 ‘무책임’을 넘어 ‘비겁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의 추천으로 비대위원장이 됐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일으키고 있는 당내 갈등과 불화에 대해서 교통정리할 책임이 이 후보에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문 진영의 의원들은 매우 격앙된 상태로 알려진다. 이번 지선 패배의 책임을 총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후보가 지지 않고 일부는 박 위원장에게, 일부는 당내 586 운동권 세력에게 떠넘기려는 사전작업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고, 이 후보 자신은 아슬아슬하게 계양을에서 승리하더라도 기어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데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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