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만 선물을 줬다는 ‘오마이뉴스’ 기사가 논란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자 <바이든은 왜 일본에만 선물을 줬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숙원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메시지’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한국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새로운 형태의 친일 = 한국 정부 비난하기 위해 일본의 정치 선전에 동조

하지만 이 기사는 가짜뉴스이다. 단순한 가짜뉴스 차원을 넘어서, 일본 정부가 외치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힘을 실어주는 ‘친일’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오마이뉴스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퍼주기만 했을 뿐,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며 비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비난하기 위해서, ‘선물’을 받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만이 친일 행태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정치 선전에 동조하는 것은 새로운 ‘친일 행각’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동조하는 것은 그 질이 더 나쁘다. 이번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그렇다.

오마이뉴스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서 꽤 길게 보도했다. 첫 일정인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에 이어, 현대차 방문에서도 100억달러 투자 약속을 받음으로써, 자국 국민에게 보여줄 성적표를 챙겼다는 것이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인적교류 확대’, ‘연구개발을 통한 파트너십 증진’ 등 추상적인 합의만 얻어냈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 자회사의 6년간에 걸친 1억 달러 규모 투자, 바이오 의약품 부품회사의 투자 양해각서 등이 한국이 얻은 유일한 성과라고 비하했다.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챙긴 미국이 일본에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라는 선물을 풀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주기만 했을 뿐 받은 게 거의 없는 데 반해, 일본은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는 점을 비교하며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집중했다.

바이든이 지지한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은 실현 가능성 없는 ‘립서비스’

기사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지지 발언을 처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사실 미국의 상임이사국 지지 발언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미국이 지지를 한다고 해서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오마이뉴스는 그 부분에 대해 자세한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이같은 지지 발언을 과대포장했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30년 숙원 사업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야망을 꺼냈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개혁이 이뤄진 안보리에서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지지에도 기시다 총리의 야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중국 등의 반대로 실현 불가능한 희망 사항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는 미국만 찬성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 명단을 변경하려면 현재의 5개국으로 규정한 유엔 헌장 32조를 개정해야 한다. 유엔 헌장을 개정하려면 상임이사국인 5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고,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미·중 및 미·러 간 대결 구도에서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선물을 줬다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오마이뉴스 측이 의도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라고 볼 수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오전 일본 도쿄 소재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오전 일본 도쿄 소재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담겼던 일본의 안보리 진출...기시다 총리는 7월 총선 앞두고 외교 업적으로 포장

게다가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4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는 안보리 개혁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당시는 아베 총리가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던 시점이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은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국으로 구성된다. 이 중 상임이사국은 ‘절대적인 비토(veto·거부)권으로, 막강한 권한과 국제질서를 주도한다. 이처럼 큰 권한을 갖는 상임이사국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만 해도 일본으로서는 국격 상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7월 총선을 앞둔 기시다 총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 확보가 외교적 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인 셈이다.

역대 한국 정부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입장 VS. 오마이뉴스는 동조?

따라서 오마이뉴스는 ‘실현 불가능한’ 선물을 받고도 큰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동조한 기사를 쓴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그렇게도 비난하는 ‘친일’ 행각을 한 것이다.

그간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안보리 개혁을 위해선 상임이사국이 아닌 비상임이사국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10개국인데, 1945년 유엔이 창설 당시와 비교했을 때 회원국이 51개국에서 193개국으로 늘어난 만큼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사실상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외교부는 “기존 입장 재확인”이라고 평가 절하 VS. 오마이뉴스는 일본 따라 ‘선물’이라고 칭송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데 대해 외교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그간 일본뿐 아니라 인도 등의 상임이사국 진출 희망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지지해왔고, 이번 언급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한다. 안보리 개편은 유엔에서 안보리 개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게다가 상임이사국 신설은 안보리 개혁과 무관하다는 국제적인 여론의 흐름도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최근 안보리 개혁의 화두는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제한’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의 비토권이 자국 우선주의에 남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조만간 미국 주도로 마련된 대북 추가 제재안을 표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조만간 미국 주도로 마련된 대북 추가 제재안을 표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서도 5개 상임이사국이 ‘미·영·프 vs 중·러’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요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말하자면 바이든 대통령은 ‘먹지도 못할 떡’을 주고 생색을 냈으며, 오마이뉴스는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선전에 맞춰 나팔을 불어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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