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586 당사자인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586은 아름다운 퇴진을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당내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정치 신인이 최강욱 ‘비상징계’ 거론, 배후 세력 존재 가능성 커

더욱이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 징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필요하다면 비상징계권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1월 27일 민주당에 입당한 박 위원장은 정치입문 4개월 차에 불과한 정치 신인이다. 이런 정치 신인이 ‘비상징계권’이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후 세력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25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단독으로 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박 위원장) 단독 플레이라고 보면 20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젊은 여성이 당의 대표, 비대위원장으로 딱 들어가서 정말 간 큰 짓을 한 것이고,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면 정말 추잡한 협잡을 벌이고 있다. 뒤에 누군진 모르겠지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라도 정치판의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돼서 그렇게 단독으로 간 큰일을 할 수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전 변호사는 배후가 있다는 심증은 있지만,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분석 1 = 민주당 열성 지지자인 김정란 시인, “ ‘검수완박’ 주도한 ‘처럼회’ 제거 음모”

민주당 열성 지지자인 김정란 시인 역시 "박지현 뒤에 누가 있다"며 "처럼회를 처치하고 국힘당과 쎄쎄쎄하려 한다, 참 믿기 힘든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씨는 “민주당이 처럼회를 쳐내기 위해 철없는 어린 여성을 이용하는 것인가”라며 ‘이 미친 여자 사람’을 왜 그냥두는지 라는 등의 아슬아슬한 표현까지 동원해 박 위원장 퇴출을 요구했다.

‘처럼회’는 최강욱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으로 지난 2020년 6월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결성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옹호하며 ‘검수완박’ 입법을 주도한 강성그룹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김 씨의 이런 발언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의 의심을 대변한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당내 일부 계파가 강성 개혁파 의원들 모임인 ‘처럼회’의 힘을 뺏으려 한다는 의심이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역시 박 위원장의 발언이 처럼회만 겨냥하고 있다는 식의 편협한 해석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의 징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단지 최 의원이 소속된 처럼회만을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처럼회의 용퇴가 아니라, 성비위 당사자인 최 의원 개인에 대한 징계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분석 2 =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 “민주당 주류인 586 퇴진론 재점화 통한 이재명 출구 마련”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출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사진=TV조선 유튜브 캡처]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출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사진=TV조선 유튜브 캡처]

따라서 박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586세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주류세력과의 전면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TV조선에 출연해 “박 위원장의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옳다”면서도 “발언의 내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퇴라는 말은 본인 스스로 용기를 내서 퇴진하는 것인 반면, 박 위원장의 발언은 586을 밀어내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의 발언은 공감을 일으키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 용퇴론이 나온 지 오래되었고, 송영길 전 대표 본인이 용퇴론을 던지고 나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지금 민주당 내에서 회자되는 용퇴론이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이 6.1 지방선거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커다란 이슈를 던진 이유는 ‘이재명 후보의 출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가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 당시 “공감한다”면서, 박 위원장과 궤를 같이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되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하겠지만, 설혹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내 개혁’을 외쳤던 박 위원장의 뜻과 같이 한다며 ‘당대표 선거에 나올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이 후보가 박 위원장에게 “내가 당대표 되면,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시켜줄게”라며 자객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후보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던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조급해졌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우상호 의원과 국회부의장 후보로 나선 김영주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우상호 의원과 국회부의장 후보로 나선 김영주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국회의장 선거에서 586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우상호 의원이 높은 득표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586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어렵겠다’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일단 586 퇴진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분석 3 = 이재명의 계양을 선거 고전 와중에 ‘586 용퇴론’ 불거져, 이재명의 출구 전략 의도

하지만 586 용퇴론을 제기하고 나선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송영길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발언하다가, 금세 “출마 못할 게 뭐 있냐”고 말을 바꾸며 송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민주당 586의 대표격인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든 박 위원장이, 586 용퇴론을 얘기할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586 용퇴론을 얘기하려면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얘기할 게 아니라,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공천과 7군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에 대한 공천이 이뤄지던 시점에 제기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때는 아무 말 않다가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선거가 어려워지는 시점에 갑자기 586 용퇴론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재명의 출구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이번 6.1선거에서 ‘폭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에서도 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민주당의 이런 자중지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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