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ID와 CVID는 매우 다른 개념...핵 농축 시설 보유 여부가 관건”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은 지난 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폐쇄’가 아닌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핵실험 통제 장비를 제거하고 콘크리트로 갱도들을 완전히 메워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조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이른바 PVID와 기존의 CVID는 매우 다른 개념으로 핵 농축 시설 보유 여부가 영구적 비핵화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1, 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협상 초반에 도출할 합의가 아주 중요하다”며 “비핵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적정한 기간 안에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란 무슨 뜻인지에 대한 합의가 비핵화 과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약속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시작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김정은이 약속한 건 ‘폐쇄(closing)’”라며 “이는 ‘해체(dismantlement)’와 다른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예로 들어 ‘폐쇄’란 집을 사용하고 싶지 않을 때 내부시설은 그대로 놔두고 문을 닫아 두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해체’란 집안에 있는 것들에도 무엇인가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그는 “단순한 ‘폐쇄’보다 약간 더 나간 조치로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할 만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진행된 건지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풍계리 핵실험장의 ‘해체’로 간주하겠느냐는 질문에 “핵실험이 가능한 2개의 갱도와 몇 개의 터널들을 콘크리트로 메우든지 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전선 등 핵실험을 통제하고 진단하는 모든 과학설비와 핵실험 통제실을 현장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VOA에 “풍계리 시설이 유일한 핵실험장이라는 사실을 김정은이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북한이 다른 핵실험장이 없다고 선언했는데도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발견된다면 현장에 가서 검증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굴착작업이 핵 개발 목적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선 광산 활동이 널리 진행 중이므로 섣불리 결론 내리지 말고 매우 주의깊게 접근해야 한다”며 “우선은 북한으로부터 추가 핵실험장 존재 여부를 담은 엄중한 성명을 받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은 터널들을 메우고 관련 설비를 모두 제거하면 폐쇄됐다고 결론내릴 수 있지만 지하 터널엔 여전히 폭발하지 않은 핵물질 즉 플루토늄 혹은 우라늄이 남아있다”며 “그러나 터널이 제대로 봉인만 되면 이런 물질을 채취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워진다”고 했다.

북핵 폐기의 완전한 검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VOA에 “100% 확신할 순 없다”면서도 “첫째, 검증 대상 국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하느냐와 둘째, 검증의 접근 방식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해당 시설이 정말 폐쇄됐는지, 추가 시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장기적으론 감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며 “해당 시설이 재가동되는지, 북한 기술자나 기관이 관련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지, 비밀 시설이 존재하는지가 감시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적용될 조항엔 어떤 모호함도 없어야 한다”며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대가가 따르도록 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성은 유용한 수단이자 유일한 관측 수단이지만 위성으론 알 수 없다”며 “거기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했다. IAEA에서 ‘모든 출처의 정보 시스템(all source information system)’이라고 부르던 방식 즉 핵실험장의 모든 측면을 모든 정보를 동원해 살펴본 뒤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의 방안은 현장 방문”이라며 “위성은 현장은 24시간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장막 아래 숨겨진 건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또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IAEA같은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조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이른바 PVID와 기존의 CVID는 매우 다른 개념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농축 활동 금지도 포함된다면 북한은 앞으로 농축 시설을 가질 수 없게 되며 이것은 영구적인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의 핵 합의 JCPOA는 앞으로 수년 안에 농축 역량을 늘릴 수도 있어 이란에 대한 제약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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