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보다 열세라는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 정가가 출렁였다. 여기에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지난 22일 두 개 더 발표됐다. 이 후보의 낙선에 쐐기를 박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맞붙는 이재명·윤형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맞붙는 이재명·윤형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에스티아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 눌러

이에 친 민주당 성향의 한 시민단체가 여론조사기관인 에스티아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 논란이다. 지난 22일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 출마한 계양을 여론조사 조작‧왜곡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안내 및 보도자료”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신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은 에스티아이가 지난 21일 공개한 조사 결과이다. 해당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8%, 윤 후보 지지율은 49.5%로 나타났다.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일과 20일에 실시됐다.

신 대표는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에스티아이 조사 결과에 반박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계양을 선거구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이 후보 50.8%, 윤 후보 40.9%였다.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9.9%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 역대 선거 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

신 대표는 특히 “과거 선거 및 지난 20대 대선 결과에서 드러난 결과 등 통계수치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계양을에서 항상 최소 9%~20% 가까운 차이로 완승했다”라고 강조했다. 여태 계속 승리했기 때문에, 에스티아이의 조사대로 역전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신 대표는 고발 이유를 ‘피고발인 에스티아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낙선 목적 및 상대인 윤형선 후보에 대한 당선 목적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를 이용, 사실과 다른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거인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등 선거에 적극적 개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기관으로서 객관성·공정성을 중대히 위반한 반국가적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신 대표는 에스티아이의 응답자 분포 가운데 50대와 60대 등 반민주당 성향의 응답자들을 59.3% 조사한 반면, 20~40대 응답자는 40.6%만 조사해 각각 가중치를 반영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상적인 여론조사는 선관위에 등록된 유권자수에 따른 인천 계양을 지역의 총 유권자수(20대 대선 기준 13만7639명)의 연령대별 비율(18~29세, 30대, 40대 총 유권자수의 50%, 50대, 60세 이상 총 유권자수의 50%)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한 정확한 여론조사를 할 수 있으나, 에스티아이는 이를 무시한 채 ‘가중값 적용 기준’ 49.8%인 18~29세, 30대, 40대에 대한 여론조사를 40.6% 반영해 10%가량 낮게 조사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과 20일 사이에 조사된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질문지.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 19일과 20일 사이에 조사된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질문지.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반면 보수성향이 높은 ‘가중값 적용 기준’ 50.1%인 50대, 60세 이상에 대한 여론조사를 59.3% 조사 완료해 10%가량 높게 조사완료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기준 5060 유권자 비율은 49.9%, 만18~40대 49.8%였다.

에스티아이측, “여심위의 선거여론조사 기준을 준수, 시민단체 주장은 잘못된 주장”

이에 에스티아이 측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조사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재균 에스티아이 책임연구원은 ‘고령층(5060층)이 과다표집되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본 여론조사의 연령별 표본추출과 가중치 적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에서 정하고 있는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준수하여 진행하였다”며 “따라서 위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층이 과다표집되어 이에 가중치를 적용한다 해도 제대로 된 조사결과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책임연구원은 “연령층에 따른 응답의 차이 때문에, 인구비례에 맞게 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허용 기준을 여심위에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주장 역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열세를 알린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에 이어 지난 22일에도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조사결과가 두 개 더 발표돼 주목받았다.

경인일보 등 2개의 조사에서 이재명과 윤형선은 박방의 접전 양상...시민단체는 ‘무고죄’?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 의뢰로 지난 20~21일 계양을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46.6%)와 윤형선 후보(46.9%)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0.3%포인트 격차였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기호일보 의뢰로 지난 20∼21일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47.4%)와 윤 후보(47.9%)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 조사는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3개 조사의 추이가 비슷하다면 그걸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섣부르게 여론조사 기관을 고발했다가, 무고죄 처벌을 받지 않을까”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본인은 ‘지지율 하락’을 사실로 인정

이재명 후보는 23일 TBS라디오에 출연, 지지율 하락을 사실로 인정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이재명 후보는 23일 TBS라디오에 출연, 지지율 하락을 사실로 인정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더욱이 이재명 후보 역시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조사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대선 20일 후에 바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거의 대선 결과와 유사하고, 더군다나 컨벤션 효과 때문에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예측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좀 개선해보려고 했고, 약간 개선되는 듯하다 최근에 다시 또 악화되고 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제가 무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말하는 이 후보의 태도에서, 낙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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