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ID 행적 추적하니 최근 3년간 보수정치인 비난 다수
"가해자 김상하입니다" 휴대폰 경찰 압수 직전까지 포털에 댓글
폭행범 父 "맞는사람 이유 있어, 아들 구속하면 국민 개돼지"…이후 영장

지난 5일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 촉구' 단식 투쟁 사흘차였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상하씨(31·무직)가 당초 범행 당시 "한국당 지지자"로 자신을 소개한 것과 달리, 경찰에 연행된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실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적인 폭행 범죄에 '배후'가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8일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경찰에 휴대폰을 압수당하기 전까지 인터넷 포털 기사에 직접 단 댓글 등을 통해 이같이 확인됐다. 범행 직후 친여(親與) 좌파진영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자작극'이라는 설이 돌자, 자신이 한국당과 공범이라는 의혹을 적극 부인하며 '피아 구분'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도 한국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한국당에서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등 보수진영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계속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5일 긴급체포된 후 휴대전화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확인했다. 그는 기사 5건에 'z****'라는 자신의 아이디(ID)로 댓글을 남겼다. 그는 댓글에서 "가해자 김상하입니다"라고 밝히고 "원래 목표는 홍 대표인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단식하는 분을 대타로 삼았다"며 범행 경위를 밝혔다.

아울러 "저 혼자 한 일이다. 배후를 밝히긴 뭘 밝힌다는 건지…"라며 야권에서 제기하는 범행 배후설을 부인했다. "저는 문 대통령 지지자이고 한국당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다"며 한국당과 자작극을 공모했다는 여권발(發) 의혹을 부인했다.

보수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은 처음이 아니다. 김씨 ID의 과거 행적에 따르면 201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등 포털 기사에 올린 댓글 약 60건이 확인됐다. 3년 전부터 홍 대표와 두 전직 대통령, 나경원 의원 등 보수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특히 올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판 수위가 강해졌다. 홍 대표가 북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핵 폐기' 약속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의 합작으로 이뤄진 위장된 평화쇼"라고 비판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

김씨는 댓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진짜 싫다", "한국당은 한국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다. 내 나라 이름 도용하지 말라", "한국당은 참보수가 아니라 자기들 이익집단" 등의 내용이었다. 

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씨는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설교하기도 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포토라인에서는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김씨의 아버지는 7일 한 언론사에 보낸 글을 통해 "여러 상황을 볼때 아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거나 "어떤 이유에서도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법 논리도 전 국민이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선처를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순수한 청년"이라며 "정말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이 청년이 왜 이런 돌발 행동을 했을까 한번은 관심 가져보는 게 국민의 대표라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또한 "사주한 사람도 배후에 없다. 어깨에 깁스한 채 강원도 면접 보러 간 아들이 무슨 정치 계획이 있겠냐"면서 "진단 2주에 아들을 구속한다면 정말 정치인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분이고 국민은 개돼지고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거듭 아들을 감쌌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맞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 아들의 모순된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5일 오전 경기 파주시 통일전망대에서 친북좌파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반대집회에 참여한 뒤, 택시를 타고 1시간여 만에 오후 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들어왔다.

경찰에서 한 진술대로면 당초 홍 대표를 테러 대상으로 삼아 찾아다녔지만 김 원내대표를 대신 노려, 오후 2시25분쯤 국회 본관 앞 계단을 오르던 김 원내대표에게 지지자인 척 다가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면서 깁스를 착용 중이던 왼손으로 턱을 '전력'으로 가격했다.

이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순수한 청년"이라는 부친의 언급과 실제 환자인지 여부에 의문을 증폭시키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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