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역시 ‘오리발’을 내밀었다. 정치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1심과 2심의 판결은 판사가 내렸다. 최 의원 주장대로라면 그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정치 검찰에게 놀아난 바보 판사가 된다.

최강욱이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면, 그 조작에 놀아난 1심과 2심 판사는 ‘바보 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최병률)는 20일 최 의원에 대해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 아들 조모 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인정한 것이다. 최 의원은 2017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으로 작성한 인턴 확인서에 “조 씨가 법무법인 청맥에서 2017년 1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인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확인서는 조씨가 2018학년도 전기 고려대 및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서 최종 합격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약 열 달 동안 매주 2회 방문했는지 자료가 없고, 최 의원은 수사와 재판에서 지속적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벌(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은 국회의원은 피선거권을 상실해 의원직을 잃는다. 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4년간 박탈된다.

친노 및 친문 진영의 소문난 ‘가족애’... 한명숙 사건 이래 사법부 판결 인정한 적 없어

정치 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직면한 최 의원은 자신의 무죄를 강변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처럼 최 의원의 뻔뻔스러운 행태는 진보진영 내에서 결코 외롭지 않다. 청와대 출신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최강욱 지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친노의 대모’로 불리우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을 기점으로 친노 혹은 친문 진영은 자파 인사의 범죄 행위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편 인사가 죄를 지었다는 사법부 판결은 무조건 오류”라는 게 일관된 논리이다.

청와대 출신 의원 18명, “정치 검찰의 공작으로부터 최 의원을 지켜달라”

청와대 출신 의원 18명이 최 의원을 집단 옹호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의원직까지 잃을 만큼의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 검찰의 공작으로부터 최 의원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는데 활동 시간이 틀렸다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까지 여러 사람을 괴롭힐 일인가”라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다. 검찰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국민이 준 칼을 휘두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법원이 종합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검찰이 의도를 갖고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그림만 볼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사안을 멀리서 봐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한병도, 이용선, 윤영찬, 정태호, 고민정, 김영배, 진성준, 윤건영, 신정훈, 윤영덕, 박영순, 김승원, 문정복, 박상혁, 이장섭, 이원택,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 18명이 참여했다.

최 의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이 최 의원의 상관이었다.

이런 인간관계를 고리로 18명의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성명서를 내고 ‘최 의원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한 술 더 뜨는 최강욱, 사법부의 판단과 무관한 ‘궤변’으로 일관

재판 이후 최 의원은 SNS를 통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며 "최선을 다해 옳고 그름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최 의원은 취재진들과 만나 "인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준이 있음에도 법원이 별도의 기준으로 판단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이) 일체의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법원은) 인턴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가 별도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적인 사무실에서 학생 인턴 활동에 관한 공식 기록을 남기라는 판결을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법이 정한 일반적인 경험칙에 맞는 판결인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수개월에 걸쳐 16시간 동안 인턴활동을 한 흔적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인데 ‘공식 기록’이 없었던 게 문제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궤변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이다.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던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가 내린 1심 선고도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강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호소와 최 의원의 입장에는 ‘정치 검찰에 대한 비난’만 가득하다. 1심 선고를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가 내렸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여전히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최강욱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청와대 출신 의원들을 향해 ‘조폭들한테 배우라’며 일갈했다.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최강욱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청와대 출신 의원들을 향해 ‘조폭들한테 배우라’며 일갈했다.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고민정, 김의겸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8명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켜달라며 ‘집단 성명’을 낸 것을 두고 “조폭보다 더하다”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20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너희들은 대통령이고, 도지사고, 시장이고, 장관이고, 의원이고 아예 하지를 마라”며 “그럼 애초에 지켜줄 일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괜히 공직을 맡아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하여튼 조폭보다 더 하다”라며 “적어도 그들은 잡히면 군말 없이 빵(감옥)에 간다”며 “너희들 덕에 이 나라에선 그것도 미덕이 됐다. 좀 배우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 의원의 입장문을 다룬 기사를 링크했다.

최 의원은 대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 대법원도 1심, 2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최 의원은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한명숙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 전원 합의로 의원직 상실했던 한명숙은 출소 이후에도 ‘결백’ 우겨...최강욱에게 중요한 건 대법원 판결보다 ‘끈끈한 가족애’?

한명숙 전 총리는 2015년 8월 대법관 전원 합의에 의한 최종 판결로 19대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수감됐다. 징역 2년의 형기를 마치고 2017년 만기 출소한 한 전 총리는 이후 ‘결백’을 주장하는 정치 행사에 전념했다. 자서전 출판을 위한 모금행사도 벌였다. 추징금 8억 8000만원이 선고됐는데, 그중 7억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여전히 미납인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의 수사과정 ‘불법성’을 수사하는 해괴한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친문 강경파로 꼽혀온 최 의원에게 중요한 것은 남겨진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친노와 친문 진영의 끈끈한 ‘가족애’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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