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동맹 강화 의지를 하나씩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국장급이었던 양국 간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로 격상, 매해 1차례씩 제반 현안들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업부는 미국 상무부와 연 1회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를 통해 디지털 경제, 반도체 등 첨단제조·공급망 회복력, 헬스케어 기술, 수출통제 등 산업협력·경제안보 이슈를 논의한다.

연구개발(R&D), 비즈니스 원활화 및 기타 산업 정책 전반에서의 논의들을 통해 양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한 양국 장관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한미 관계가 첨단산업 공급망·기술 파트너십으로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 기대했다. 향후 공급망·산업 대화를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의 핵심 플랫폼으로 운영할 뜻도 밝혔다.

이 장관은 러만도 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가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분야가 되는 만큼 상무부가 우리 투자기업에 대한 차별 없는 혜택은 물론 동반 진출한 중소기업 지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러만도 상무장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유일한 장관"이라며 "이는 미국이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분야에 대해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미 양국은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 경제, 청정에너지·탈탄소 등의 광범위한 의제를 포함하는 IPEF가 역내 미래 지향적 협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며 시스템 구축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올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며 상호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도 주문했는데 대표적으로 이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시장접근 여건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양국 철강산업 간 미래지향적 협력방안을 논의하자면서 미국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의 유연성 재고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는 양국 상무장관 주재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도 열렸다. 반도체·배터리·청정에너지·디지털 분야 기업 16곳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백우석 OCI 회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등 8개 대기업 관계자가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퀄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GM 코리아, 블룸에너지, GE 코리아, 구글, 코닝 등 8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교역·투자 확대와 공급망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가장 당면한 과제는 현재 공급망 상황을 진단하는 일이었다. 전세계적 공급망 병목 현상을 양국 협력을 통해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라는 핵심 현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협력 강화 및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과 공동 대응이 절실하며, 특히 한국의 제조역량과 미국의 기술 역량이 상호 호혜적으로 결합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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