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에서 지난 4월 말 ‘바이든-문재인’ 회동설 처음 언급...이후 김어준-탁현민 등이 ‘이어달리기’
문재인 대북특사 가능성 처음 언급한 인물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보수애국 시민들은 ‘경악’
미국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바이든-문재인 회동 및 대북특사 가능성에 선 그어
북한군 정찰총국 출신 김국성 씨 “문재인 대북특사 파견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실패 의미...애완견 문재인은 북한에서 문전박대 당하거나 김정은에 이용만 당할 것”

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점심 식사를 겸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점심 식사를 겸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을 처음 언론에 흘린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던 지난달 28일 당시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과의 일정을 마친 뒤 문 대통령도 만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회동 가능성을 먼저 꺼냈다. 청와대는 “퇴임 대통령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무거운 의제보다는 서로 간의 회포를 푸는 성격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는 다음날(4월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현직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을 따로 만난다는 것은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만 없던 일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방문하는데 전직 대통령을 따로 만나겠다고 요청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 씨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인사나 하자고 이런 만남을 요청할 리가 없다”며 “차기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라고 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도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만나자고)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처럼 (문재인) 대통령 만나고 싶다고 하면 여건과 상황이 허락되면 가서 만나실 수도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 굳이 여러 가지 여건을 맞춰봐야겠지만, 일부러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이 5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대북특사' 가능성을 권영세 통일부장관 후보자에게 묻고 있다(국회방송 캡처).
태영호 의원이 5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대북특사' 가능성을 권영세 통일부장관 후보자에게 묻고 있다(국회방송 캡처).

그러나 문 전 대통령 ‘대북특사’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장본인은 놀랍게도 탈북자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었다.

태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권영세 당시 통일부장관 후보자에게 문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고, 권 후보자는 “확답은 못 하지만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접촉 등을 대통령 최측근이 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전직 대통령이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등 원로들이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줘서 선진국 정치 문화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단도직입적으로 하나만 물어보겠다. ‘이어달리기’를 한다는 의미에서 김정은과 가장 많이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특사 역할을 맡기실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확답은 못 드린다”면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우리가 사실 자원도 별로 없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나라다. 그 사람 중에서 여러 경험을 가진 분들을 계속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직 수반이나 수반급인 분들이 남북관계,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 의원이 꺼낸 ‘문재인 대북특사’ 아이디어에 대해 자유보수우파 시민들은 경악했다. 관련 내용이 게재된 태 의원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는 “실망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자유대한민국을 의도적, 고의적으로 파괴하며 공산주의를 획책한 자를 대북특사로 보내겠다는 태 의원의 발상에 자유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중간첩으로까지 의심을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 “특사가 없어서 하필 문재인에게 특사를 맡기나. 문재인은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할 사람인데 특사 운운하는 것은 면죄부를 주자는 말로 들린다” “북한 비핵화 의지를 들먹여 국민과 자유우방을 기망하고, 북한핵의 고도화 전략에 시간을 벌어줘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문재인의 행위를 있었나. 김정은을 만나면 또 왜곡된 메시지를 국내와 해외에 퍼뜨려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대북제재에 혼선을 일으킬 자” “자유대한민국을 해체하고 주사파로 끌고 가려고 했던 사람을 입에 올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불필요한 언행으로 국론분열시키는 트러블메이커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도 지난 18일 데일리NK에 게재한 칼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많이 만난 것이 장점이라는데, 만나서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김정은에 대한 ‘굴욕이자 굴종’이었으며 결국 북한정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7차 핵실험 시간을 벌어준 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월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그 바쁜 바이든이 文 왜 만나겠나? 대북 특사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월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그 바쁜 바이든이 文 왜 만나겠나? 대북 특사다"고 했다.

태 의원이 촉발시킨 ‘문재인 대북특사’ 논란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6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과 ‘대북특사’ 제안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바쁜 바이든이 문재인을 왜 만나겠나? 대북특사 때문’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을 끝내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게 돼 있지 않느냐”며 “바이든 대통령처럼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그냥 옛날에 한번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우정으로 만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쓸모가 있으니까 만나는 거 아니냐”며 “지금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둘 있다. 트럼프하고 문재인. 그런데 트럼프를 특사로 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움직여서 한반도 상황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핵 문제 해결의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된다면 그거는 인정해야 되고 그걸 오히려 자기 문 대통령을 활용해서라도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을 자기 업적으로 삼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문재인 대북특사 논란이 불거지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선을 그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및 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문 전 대통령과 예정된 회동이 없다”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북특사’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내용에 관한 어떤 논의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반격에 나섰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백악관이 “지금으로선 문 전 대통령과 예정된 면담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보자고 연락해 온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백악관에서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며 “분명한 건 문재인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다라는 점”이라고 했다. 백악관이 당초 문 전 대통령을 만나려는 입장을 번복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 의원은 “미국측에서 정확히 답변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이 문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문재인 저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추가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로니 샤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국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동을 ‘미국이 먼저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는 문 전 대통령 측 설명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요청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것 외에 언급할 게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바이든 회동’과 ‘문재인 대북특사’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19일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미국측 관계자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전혀 없었고 한국언론에서 만남을 기정사실화하고 심지어 대북특사설까지 제기하자 (미국측에선) 황당해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특파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미국 관계자는 김 전 국장에게 “한국언론에 바이든-문재인 면담설이 기정사실로 보도되는 걸 보고 우리도 깜짝 놀라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확인한 것인가. 친문 그룹이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게 점점 확대재생산 되더니 나중엔 진실이 되더라. 그거 누군가 언론플레이를 한 거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국장은 “북한은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 전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니 ‘특등 머저리’니 하면서 조롱하고 있다. 트럼프도 미국 언론에 ‘북한은 문재인을 높이 평가하지 않더라’고 했다”며 “대북특사를 보내면 바이든이나 윤석열이 신뢰하고 북한도 평가를 하는 인물을 보내지 ‘대북 평화프로세스’라는 이상주의적 착각에 사로잡혀 북한으로부터 거꾸로 조롱을 받는 사람을 보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고 비굴해지는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 사고방식에서, 현실을 자꾸만 환상에 끼워맞추려는 자아분열적 사고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올해는 2022년이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측 익명의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에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문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결정을 이날 오전 미국 측에서 전달받았다”며 “미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국의 퇴임 대통령까지 만나는 것은 양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도 좋은 전례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문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회동 관련 논의는 3.9대선 이전인 2월부터 진행돼 왔다”며 논의 과정에 관여해온 전직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측이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 때 방한해 이미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당시 청와대가 '현직 대통령 간의 회담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새 당선인과의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추가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면 서울로 올라가 만나겠다'고 화답하면서 회동이 추진돼 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바이든-문재인 회동을 둘러싼 상반된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진실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군 정찰총국 고위 인사 출신 김국성(가명) 씨는 지난 19일 펜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하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씨는 “만약 문재인이 대북특사로 북한에 파견된다면 이는 현 정부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한다”며 “우리정부는 계란 껍데기에 불과하고, 노른자는 문재인 좌파 정부라는 의미로 대내외적 망신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에 파견된다면 국가 기밀에 대해 담보를 할 수 없다”며 “임기 중 문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취한 행위를 보면 이런 점은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문재인을 ‘삶을 소대가리’ ‘태생적 머저리’ 이렇게 잘 길들인 애완견으로 여긴다. 따라서 대북특사로 파견될 경우 현 정부가 주장하는 남북관계에 대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오히려 김정은에게 역이용 당하는 파국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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