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운동이 19일 공식 개막됐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경기도지사에 출마 중인 김동연 후보 사이에 냉기류가 감지되면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의 발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의 발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재명 관련 의혹 규명 필요성 수차례 언급

시작은 김 후보가 지난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재명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경기지사가 된다면 ‘진상 규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김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지도 않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내 지지 기반이 전무한 김 후보 입장에서는 이 위원장의 지지 유세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 위원장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이 위원장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관훈클럽 토론회의 위상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단순히 섭섭해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김 후보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경기지사 선거에서 대장동 문제나 법인카드 문제가 나온 것에 대해선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이 후보도 대선 중에 (대장동) 특검을 수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검이 됐든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됐든 의사결정이나 진행되는 절차에 있어서 분명하게 진위를 가려내자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을 향한 ‘선긋기’로 여겨질 만한 김 후보의 발언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히 문제가 명확하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후보가 이 위원장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김 후보 입장에서 현실적인 계산을 끝낸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에 대한 경기지역 민심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김 후보가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칫 이 위원장의 의혹을 두둔했다가는 김 후보 본인의 경기지사 선거에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인천시장 선거의 중요성 강조

김 후보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이 위원장 역시 냉랭한 태도를 보여, 둘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6.1 지방선거의) 승부처는 인천”이라며, 인천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지사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입장차가 확연했다.

“경기가 아니고 인천이라 보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경기는 인천보다는 상황이 좀 낫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기지사 지지율에서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조금도 괘념치 않는 태도였다. 이 위원장의 계양을 출마 선언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 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만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재명,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둘러싸고 김동연 발언 반박

6.1 지방선거를 총책임지는 총괄선대위원장의 면모와는 다소 거리가 먼 이 위원장의 발언에 비난이 이어졌다. 조만간 계양을 국회의원이 될 이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경기도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인천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냐?”는 비판이었다.

진행자가 전날 김동연 후보의 관훈토론회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법인카드를 제 아내가 쓴 것이 아니다”며, “아내가 의전담당 공무원에게 사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 문제”라는 주장으로 김동연 후보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 위원장은 ‘사적인 도움을 받은 게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잘못된 것이고 본인의 불찰’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남경필 지사 때 공석으로 비어 있던 자리에 공개 채용된 의전담당 공무원의 월급까지 전부 ‘국고손실’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고발장에 써놓은 이야기를 그대로 베껴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김동연 후보는 이 위원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정치적인 목적이나 의도로 정의돼선 안된다”는 기본 전제 하에 “과거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평가하면서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수사에 있어선 제대로 된 절차를 갖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김동연이 이재명의 방탄 출마 이유를 증언”

김 후보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계양구 주민을 향해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방탄 출마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증언하고 있다”며 “(계양을 선거에서) 경기도망지사를 뽑으시겠습니까”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경기도망지사는 대선 전에 본인이 당선되지 않으면 왠지 감옥 갈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사람이다”라며 “이재명 후보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년에 또 보궐을 만들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적었다. 이재명 위원장을 ‘경기도망지사’에 비유함으로써, 김동연 후보와의 미묘한 갈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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