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오너 3·4세들이여,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라
[김정호 칼럼] 오너 3·4세들이여,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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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속에 숨어 지내면 머지않아 기업 뺏기고 말 것
국민연금, 마음 먹으면 최대주주 '식은 죽 먹기'인 세상
조현민과 동급 취급 억울하면 인간적 면모-고민-포부 밝히라
가시방석 앉았다 생각하고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하라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이 칼럼은 오너 3·4세 경영자들이 읽어주기 바란다. 당신들이 왜 세상으로 나와서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과 급박함을 말하려고 한다. 지금처럼 회사 속에서만 숨어 지내면 머지않아 기업을 뺏기고 말 것이다.

회사 뺏기는 것, 순식간이다. 국민연금을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 증시의 시가총액이 2000조원인데 국민연금 운용자산규모가 600조원이니까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는다면 웬만한 기업들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지금도 이미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 84개나 된다(2017년 9월말 현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추천하는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 그 순간부터 경영권은 넘어가고 그 기업은 실질적으로 공기업이 된다. 지금도 총수의 지분율이 낮아 순환출자 같은 것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곳이 많은데, 국회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순환출자 효력 쉽게 무효화시키는 것쯤 별일 아니다.

법으로 대주주 의결권을 직접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감사위원 선임 시에 특수관계인은 아무리 지분이 많아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악화되면 국회의원들은 언제든지 당신의 의결권에 더 심한 제약을 가할 수도 있다.

대중은 지금 당장 모든 기업을 뺏거나 국유화할 힘을 가지고 있다. 아직 빼앗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는 오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중이 보기에 당신들이 모두 조현민 같은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경영권은 언제든 뺏어갈 수 있다.

대중은 당신들이 꼬투리 잡히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예전에는 유전무죄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유전중죄인 세상이 되었다. 배임, 횡령, 분식회계에 의한 사기죄 등 걸면 다 걸리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법보다 힘이 앞설 때가 많다. 옛날에는 대통령이 법을 좌우했기에 정권에만 잘 보이면 됐다. 아마도 여러분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그런 세상에서 사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법을 좌우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중이다. 대중이 분노하면 없는 죄도 생긴다. 언제든 잡혀갈 수 있고 언제든 뺏길 수 있다. 대통령도 그 대중에게 영합하는 동안만 힘을 가진다.

기업은 사회에 적응하는 존재다. 당신들은 대중의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대중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대중에게 비친 당신의 모습은 무엇인가. 십중팔구는 그냥 금수저에 낙하산의 이미지일 것이다. 조현민과 비슷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억울하다면 스스로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 당신의 능력과 개성에 걸맞는 대중적 이미지가 있어야 국민연금과 국회와 시민단체로부터 회사를 지켜낼 수 있다.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위해 당분간 오너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오너 경영이 전문경영보다 낫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다지 도덕적인 사회가 아니다. 오너가 사라진 기업은 방종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결국 망하고 말았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대한전선과 기아자동차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대한전선은 2004년 설원량 회장이 작고한 후 전문경영인이 실권을 쥐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몰락했다. 지금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상태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1981년 김선홍 사장과 노동자들이 총수인 김상문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잘 나가는 듯하다가 결국 몰락해서 IMF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다 알고 있듯이 오너 체제인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후에야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로 거듭났다. 그 후로도 드문드문 오너가 없는 종업원지주회사들이 생겼지만 대부분 망했다. 그나마 전문경영체제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유한양행인데 유일한 회장이 경영하던 때와 비교하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밉던 곱든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는 오너가 있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번성할 수 있는 이유는 대주주 없이도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당연한 규범으로 삼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문경영인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노동자 및 노조와의 대결도 불사한다. 잭웰치는 GE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시적 종업원 평가를 해서 매년 1/10 씩을 해고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대주주가 없다면 한국의 전문경영자는 노조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노동자가 지배하는 기업은 결국 망했다.

나는 조현민이나 최철원 같은 사람이 오너 3·4세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대다수의 오너 3·4세는 아버지에게 겸손하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을 것이다. 내가 아는3·4세 중에도 훌륭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당신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한 대중이 당신들의 진짜 모습을 알 리가 없다. 조현민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이 억울하다면 세상에 나와서 당신을 보이라. 당신의 인간적인 면모, 당신의 고민, 당신의 포부를 솔직하게 대중에게 알리라. 스티브잡스가 자기 자신을 드러내면서 비즈니스를 했듯이 말이다.

대중 앞에 나서다 보면 구설수와 악플에 시달릴 수도 있다. 정용진 부회장도 트위터를 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SBS에 자신의 하루를 보여줬던 박용만 회장은 그 뒤로 별 일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험이 따르더라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군림과 방종을 즐겨왔다면 당장 버려야 할 것이다. 가시방석 위에 앉았다 생각하고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하라. 그래야 대중이 인정해줄 것이다. 당신이 능력 있으면서 겸손해질 때에 비로소 한국의 대중이 당신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상장기업을 맡아서 경영하자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새 출발할 수 있도록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아버리라.

당신의 할아버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읽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에는 경영 잘하는 것 외에 대중에게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도 포함된다. 할아버지 때에는 없던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뺏기기 십상이다. 또 정당성이 없으면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중 앞에 나서서 스스로 자격 있음을 입증하시라. 그리하여 당신이 경영권을 상속받은 그 기업을 100년 기업,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나가길 바란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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