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위기 대응 행태와 비교가 된다

정찬권 객원 칼럼니스트
정찬권 객원 칼럼니스트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축하(?)라도 하듯이 13일 오후 6시 29분 동해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 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전에 코로나 환자 발생을 인정하고 방역을 위해 모든 시·군 봉쇄를 지시한 이후 도발한 것이다. 새 정부의 첫 위기대응은 침착하고 발 빠르게 단호하면서도 매끄럽게 대처한 것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응 행태와 차별화된다. 이번 조치는 비정상적인 대북 위기 관리의 정상화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대정부 신뢰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상징적이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위기 대응 행태와 달라진 점을 비교 분석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대신 자체 점검 회의를 통해 대응 조치를 취했다. 국가안보실장은 점검 회의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북한 도발을 통제하거나 강압할 수 없는 제한된 상황에서 자체 점검 회의로 대응 조치를 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부실 대응이니 과잉 대응이니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써서 되겠는가? 과거 산불사태에 NSC 개최로 그 기능을 혼란에 빠뜨린 모순적 행태와는 비교할 수 없다.

둘째,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를 덜어 주었다. 외교안보 참모가 사안의 경중 완급을 헤아려 대국민 메시지를 전파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감소시키고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담대한 행보를 보인 외교안보 참모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우수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를 믿고 맡기는 대통령 리더십의 결과로 판단된다. 학연·지연·출신을 묻지 말고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어야 밝은 미래가 있다.

셋째, 북한도발 미사일 표현의 변화다. 그간 정부와 군은 '미상 발사체'로 발표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탄도미사일'로 표현을 명확하게 바꾸어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내보였던 단호한 입장 유지와 새 정부 정책 기조가 반영된 조처로 풀이된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하지 못하는 주적(主敵) 개념 없는 군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힘 없는 평화는 허구이며 대화로 나라를 지킨 군대는 유사 이래 존재하지 않았다.

넷째, 신속한 상황 전파이다. 합참은 탄도미사일 발사 4분여 만에 언론에 발사 사실을 통보했다. 과거에 있었던 발표 지연과 침묵하거나 마지못해 발표했던 사례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북한 도발의 신속한 상황 전파는 위기 대응의 첫걸음이고 국민 불안과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이번 발표에 노정되지 않았지만 주변국 및 UN 등과의 정보 공유는 국가위기관리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차후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에 참여를 적극 검토해야 하는 까닭이다.

끝으로, 동맹국 등과의 공조 태세 유지이다. 이번 대응 조치 과정에서 한국 합참의장은 감시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연합사령관과 긴밀한 정보 공유 및 공조로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도발에는 우리의 자율적·독립적인 대응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UN 등 국제사회와 연계·공조가 중요하며 이는 국가 위기 관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섣부른 평가를 자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위기 대응의 성공이 추후 독(毒)이 될지 모른다는 노파심이 들어서다. 결코 자만해선 안 된다. 이번 위기 대응은 국민과 동맹·우방국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었고, 북한에게도 현 정부의 대응 의지를 잘 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지금은 더없는 국민적 지지와 성원 역시 필요해 보인다.

정찬권(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前국가위기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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