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와 관련한 비난이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상임고문의 명분없는 출마가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 출마’라는 분석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해 "모든 의혹 앞에서 자신이 있다면 지체없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은 한마디로 ‘검찰 수사로부터의 도망’이라고 비난했다. 불체포특권 자체가 국민 눈에는 가장 강력한 ‘범죄특권’이기 때문에, 수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면 반드시 공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친문 성향 강병원 민주당 의원, “이재명 고문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될 수 있어” 지적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KBS라디오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출마가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용 출마’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KBS 라디오 유튜브 캡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KBS라디오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출마가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용 출마’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KBS 라디오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의 비난은 당연지사라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비난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익명 처리된 관계자의 전언으로 이 상임고문의 출마를 비난하던 데서 한발 나아가, 이제는 아예 실명으로 이 상임고문의 출마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 상임고문이 노리는 불체포특권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성향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서 이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용 출마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민의힘의 공격이 과하다”면서도 (방탄용 출마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연이어 “이미 출마를 선언해버렸기 때문에 의미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꼭 이 선택이 정답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국회 체포 동의안이 제출되면 저희가 다 통과시켰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정정순, 이상직, 정찬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강 의원은 “수사를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이 수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이 고문에 대해서도, “당과 의원직을 방패막이로 삼으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연이어 “이 전 지사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있는데 이게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이 상임고문의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당내 대표적인 친문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강 의원의 이 발언을 두고,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친문 대 친명(친이재명)’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함으로써, 그간 내각에 차출돼 있던 친문계 의원들이 대거 당으로 복귀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의 8월 당권 도전 구상, 당 복귀한 친문 의원들의 견제 본격화

이 상임고문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을 발판으로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함으로써, 당내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최근 당내로 복귀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 출신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정치인 장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범계 법무부, 전해철 행정안전부, 이인영 통일부, 한정애 환경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총 7명이다.

이들 중 원외인 유은혜 전 부총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문의 대표적인 의원들로, 당내 최대 그룹이었던 민주주의 4.0 창립 멤버들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서 호사를 누렸던 만큼, 이제는 합심해 당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2년 후 치러질 22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진 막강한 당대표 직을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절대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전해철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재명 고문과 맞붙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과 문재인 정부 장관 등을 역임해 친문의 구심점으로 친노·친문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6.1 지방선거에서 이 상임고문이 이끄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 상임고문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럴 경우 이 상임고문이 노리는 ‘불체포특권’을 누릴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재명의 ‘불체포특권 제한’ 공약도 자승자박으로 작용할 듯

게다가 이 상임고문이 지난 대선 경선에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도 이 상임고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 1월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을 바탕으로 정치개혁 차원에서 국회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위는 1월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을 위해 △윤리조사위원회 신설 △시민배심원단 구성 △국회 윤리특위 상설화 등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또 혁신위는 국회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표결방식을 무기명 투표에서 기명 투표’로 바꿀 것을 제안하며 “방탄국회,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없애고 스스로 국민 앞에 엄격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위는 현재 국회법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본회의 보고 후 즉시 의결”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듯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이 상임고문이 스스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불체포특권을 주장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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